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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사사로운 공간 (321)
영원한 화자
김천에 내려온지도 한 달째. 내 모든 생활이 붕 떠있는 느낌이다. 서울에선 주말이 지나면 또 내려가야 하니까 집 청소도 대충 정리도 대충 먹는 것도 대충. 김천에선 내 집이 아니라서 어수선하다. 여유 시간은 많은데 운동을 다녀오면 침대에 누워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진다. 아 참. 10년 만에 앱등이 생활을 접고 갤8을 샀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대만족.암튼. 그렇다. 붕 떠있는 것 같지만 시간은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한 달이나 지났으니 이제 정리를 하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 . 다음 달엔 중국어 강의도 신청했다 .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연휴 지나면 해외 출장 , 다녀오면 마감 . 그러고 나면 여름 휴가 .
오빠는 아빠를 참 좋아하는 거 같아. 맛있는 거 먹으러가도 꼭 아빠가 좋아하실 것 같다고 하고. 아. 내가 그랬었어? 어젠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오셨다. 지난주 아버지 생신 때 집에 갔을 때 이제 살이 많이 빠져서 예전에 입던 옷들이 다 크다고 했던게 기억났다. 우리회사 계열사에서도 가끔 임직원 행사를 하니까 그때 한번 올라오셔서 한 벌 맞추자고 말씀 드렸다. 그랬는데 여자친구 회사에서 임직원 행사가 있었다. 전화를 해서 올라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처음엔 일이 있어서 못간다고 하시더니 이내 기차를 예매하라고 하셨다. 서울에 올라온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내 입학식과 졸업식 외에 따로 서울에 오셨던 적이 없다. 일 때문에 가끔 어머니랑 같이 올라오셨다가 당일로 내려갔던 적은 있었지만 어제처럼 따로 올라오신 ..
사진없는 중국출장 후기. 1. 죽음의 택시. 중국 출장 혹은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꼭꼭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겠다. 과속, 끼어들기는 기본. 역주행은 옵션. 앞차랑 박을뻔해서 소리 질렀다. 100km로 달리면서 메시지 보는 건 괜찮은데 보내진 말아줘....2. 대륙의 사이즈. 크다. 다 크다. 전시관이 코엑스 10개 정돈 붙여놓은 것 같다. 신시가지로 보여지는 곳의 아파트의 높이와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전체적인 인 조망에 대한 관리도 하는지 장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와 주변 건물들에 led 조명이 동시에 번쩍번쩍. 야경이 멋지다.3. 간접흡연의 천국. 와. 전시회 부스에서 태연하게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라니. 고객사랑 미팅하는데 태연하게 담배를 권하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에레베타에서 담배를 꼬나물..
중국 우한으로 출장을 왔다. 이직하고 첫 해외 출장. 난 중국학 전공인데 중국은 처음이고, HSK 5급을 획득(!) 했었었었었으나 변변찮게 말할줄 아는 문장은 몇 개 남아있지도 않았다. 여하튼. 여기와서 뭐든 처음하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전 회사랑 비교가 된다. 세시간 전에 따박따박 공항에 도착해서는 면세점에서 고객 선물 사고, 라운지에서 한숨 돌리고 했었는데 지금은 만나는 시간이 탑승 두 시간 전. 밥 먹고, 면세점 인도장 갔다오니까 바로 탑승 시간이었다.지난 주말엔 여자 친구와 짝태 파는 맥주집에서 마른안주와 맥주를 먹었는데 그때 먹은게 좀 안 좋더니만 잇몸이 부어서 영 거슬렸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니 인천공항에 병원이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치과가. 치과까지 들렀다가 출국했다. 나긋나긋하고 친절하..
우리 회사는 야근이 없는 회산데, 그나마 우리 팀은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야근을 하는 편이었다. 나는 뭐 밥도 먹고 갈 겸 여유있게 업무를 한 번씩 더 체크하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빨리가는 날이 하루에 한 번 정도. 여전히 다른 팀들은 칼퇴다. 집에 12시에 들어오는 것도 빈번. 적자는 엄청난데 팀 분위기는 좋아서 스트레스는 없다. 전 회사는 영업이익이 착착 10%씩 찍히는 회사였는데도 야근만 하면 몸도 썩고, 맘도 썩고, 기분도 썩어가는 것만 같았는데.스트레스는 없지만 몸이 조금 힘들다. 다른 것을 할 여유도 없다. 차를 구매하려던 계획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온통 결함투성이다. 거기에 장도 안 좋아서 흥도 안 난다.얼른 뭐라도 줏어 먹고 자야지. 요즘 거울을 보면 비쩍 마른 아저씨 ..
이곳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게 몇년 째일까. 첫글을 뒤져보니 2009년이다. 곧 10년이 다 되간다니. 내가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좋아한 것이라곤, 음악과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이 블로그뿐이다. (아쉽게도 9년산 여자친구는 여기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곳은 나의 해후소 같은 곳이었다. 기뻐도, 슬퍼도 이곳에 무언가를 남겼다. 내 20대의 희로애락과 서사가 모두 담긴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캐나다에서, 에콰도르 또, 인도네시아에서도 이곳에 글을 남겼다.그런데 이제 그 자리를 좀 옯겨보려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일정 부분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과 네이버-혹은 대기업-에 대한 괜한 반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내가 이런 곳에 글을 남기는 것도, 종종 들어..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다. 파릇파릇...하진 않다. 요즘은 뭐 28~9에 취업하는게 대다수니까.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긴장된 모습과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풋풋해서 좋다. 언젠가 쓰려던 글이었는데 신입사원들을 보고나니 오늘은 좀 끄적여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그건 다름 아닌 '해외영업'이란 직무에 관한 얘기다.내 취업 스펙은 이렇다.인서울 4년제, 중국학 전공, 3.69, 코트라 인턴, 토익 940, 토스7, 오픽IH, HSK 5급. 교내 논문공모전 수상 2회. 10여 가지의 알바 경험.대학생땐 막연하게 '해외영업'이란 직무를 동경했다. 영어도 잘 하고, 해외 출장도 가고, 바이어들 만나서 호텔에서 미팅하고, 계약서에 도장 쾅 찍고, 멋지게 비행기 타고 돌아오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다. 내 영어실..
열등감베스트 애널리스트, 성공한 전업투자자, IPO를 담당하는 회게사 속에서 나는 열등감을 느꼈다.연봉을 20% 높여서 이직을 했더니, 이제는 연봉 50%의 성과급을 주는 회사가, 영업이익이 팍팍 찍히는 회사가 부럽다.적응은 무섭고, 언제나 인간은 간사하며 상대적임을 느낀다. 잘하면 안된다.전 직장에서 열심히 엑셀을 갈고 닦았다. 현직장 왔더니 다 미안하지만 엑셀 고자들. 내가 답답해서 2개년 매출 자료를 뽑아 매출 자료를 만들고 쏘팅하고 여튼 내가 요리하기 쉽게 raw data를 만들었다. 그리고 뭐 별 이상한 작업을 매달해대는데 이게 너무 비생산적이라서 한 달을 고심하고 고민한 끝에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서 제안했다. 작업시간을 전보다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허드렛일 하는 시간이 너무 ..
석촌호수 근처 스타벅스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다 끝날 때가 되어 백화점 쪽으로 이동중에 잠바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쓴 여자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도를 아십니까...겠거니 하고 피해가려고 하는데, excuse me? 라고 한다. 관광객이구나, 싶어서 뭘 도와줄까, 라고 물었더니 라티말트에 가고 싶다고 했다. 라티말트가 뭐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 롯데마트??? 라고 외쳤더니 예쓰예쓰라고 했다. 길을 가르쳐 주려는데 사실 지상에서 롯데마트 가는 건 한국 사람에게도 헷갈리고, 나는 어차피 백화점 쪽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앞까지 데려다 줄 생각으로 따라 오라고 했다. 시간 여유 있냐고 물었더니 두 시간이나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냐고 물었더니 투어리더 란다. 사실 나는 중국한 전공인데 중국어를 못한다고 했..
1월이 가기 전 2016년을 정리해보자고 했는데 어느새 1월이 다 갔네. 바쁘다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핑계다. 피곤함과 게으름이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가용한 시간은 얼마든지 있지만 주말만 되면 차오르는 무기력증과 잉여력은 날 블랙홀 같은 침대에 붙들어 놓는다. 여튼 새핸 좀 고쳐보자!고 다짐하지만, 뭐 어찌됐든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더 늦기전에 2016년을 짤막하게 요약해본다.1월.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공부했다.. 한화투자증권 필기와 면접을 보러다녔다. 종잡을 수 없었던 필기는 기똥차게 써냈고, 1차 면접은 예상과 달리 붙었다.2월. 한화투자증권 최종면접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떨어졌다. 내가 봤던 최종면접중에 가장 (면접관이) 병신같은 면접이었다. 최종탈락 통보를 받은 날 코스닥에서 써킷브레이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