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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이것 저것/본 것 (10)
영원한 화자
나는 머릿속에 이야기를 욱여 넣었다. 헛헛함 때문이었다. 점점 추워지던 날씨 때문이었을까?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무료한 생활과 회사에서의 문제, ‘할 일 없음’의 공백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서사는 어떤 의미에선 나에게 마취제 같은 것이다. 수면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읽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화자가 되고, 주인공이 되고, 모든 인물과 사건을 내려다보는 절대자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들과의 완벽한 괴리를 만들어준다. 쓰고 보니 나는 현실 도피를 위해서 이야기를 읽은 게 확실하다. 그렇게 읽은 책이 뭐가 있나 되새겨봤다. 김영하의 , 배준의 , 이기호의 , 요코야마 히데오의 가 있다. 김영하는 역시 김영하다. 배준은의 시트콤은 드라마 과 오버랩 되는 ..
인간에겐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바로 어제 일같은 생생한 기억 한 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아마 내가 여섯 살쯤이나 됐을까. 기억은 아빠가 타고 다니던 스쿠터 뒷자리에 앉아 혹여나 떨어질까 아빠의 허리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있던 때부터 시작된다. 아빠와 내가 도착한 곳은 아직 공사중인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다. 내부공사만을 남겨둔 아파트 현장을 아빠를 따라 들어갔다. 낯선 계단을 올라 도착한 3층의 낯선 문들. 그 중의 한 곳에 들어간 우리는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거실에 멈춰 선 아빠가 말했다.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기억은 여기서 끝난다. 를 보고 있는데 아들을 데리고 무료 쉼터로 향하는 윌스미스의 얼굴에 아빠 얼굴이 자꾸 겹쳐 보였다. 누구보다 힘든 30대를 보..
지난 달에 한 증권회사 최종면접에 떨어졌다. 자격증도 없고, 전공자도 아닌데 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증권업을 지원했는지를 물었다. 그들 맘에 들지 않은 답변을 했으니 떨어졌겠지. 나의 능력이 의심스럽다면 경제나 주식관련 질문을 하던지. 아마 나에겐 그런 지식이 없을거라 생각했나 보다. 최근 한 5년간 가장 흥미를 가졌고 열심히 공부한 분야가 경제학인데. 어떤 종자들이 합격했을지 궁금하다. 뭐 어쨌든. 비전공자가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대학생이라면 가서 수업을 들으면 되겠지만 일반인은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어찌보면 그런 틀에박힌 수업은 딱딱해서 오히려 흥미를 잃기에 딱 좋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쉽게 써진 개론서, 입문서를 읽고 관련 분야의 다큐나 영화를 보는 방법을 택한다. ..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천원을 내면 두 시간 동안 만화를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카페를 가려다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명한 만화들이 다 있어서 망설였지만 왠지 모르게 끌린게 이다. 한심하고 재밌지만 마치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은 컷들이 있어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서두르지 말자. 만화에서는 자기 나이를 3으로 나누면 그게 자신의 인생의 시간이라고 한다. 나에게 지금은 10시. 잠에서 깬 몸과 머리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난 워밍업을 마쳤고 본격적인 무언가를 하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 이라고 자위중. 걱정을 해서 무얼하나.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오늘 발매된 버벌진트의 go hard를 들으며, 책 몇 장을 읽고, 여자..
_ 방금 막 크레딧을 끝으로 동영상 플레이어 창을 닫았다. 뭔가 더 정돈이 필요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아지랑이같은 기억력을 잡아채기 위해서 몇 자 끄적. 사진기는 단지 순간을 담은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으나, 군대에서 우연히 김아타의 책을 읽은 뒤로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것은 순간을 담는 기계임과 동시에 작가를 표현해 내는 훌륭한 펜이자 붓임을 나는 스물이 훌쩍 넘어 예술의 예자라고는 찾을 엄두조차 안나는 군대 막사에서 깨달았다. 그것 처럼 이 영화는 나로 하여금 건축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립하게 해주었다. 단지 콘크리트 더미의 구조물이 아니라, 그것은 건축가의 붓이며 펜이기도 하거니와 그 속에는 인간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며 그 둘의 조화를 생각하는 철학적 산물이며, 인공을 추구하기보단..
여자 : 만든 사람이 공들여서 만든건 다 알겠는데요... 왜 이런 영화를 만드세요? 이해가 안가요. 왜 이런 영화를 만드시려는지. 사람들도 어차피 영화보면서 잘 이해도 못하는거 같은데, 왜 사람들이 이해도 못하는 영화를 계속 만드시려는 거에요? 구 감독 : 이해가 안가시면 이해가 안가는거죠. 제가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 영화 그냥 만드는 거고, 그걸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거겠죠. 제 영화속엔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드라마나 서사도 없고, 교훈이나 메세지 뭐 이런것도 없거나 불확실하고, 예쁘거나 좋은 화면 없습니다. 제 능력과 기질은 하나뿐이 못하는 겁니다. 정말로 몰라서 들어가야하고, 그 과정이 정말 발견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제가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나로 하여금 계속 뭔가를 발견하게 ..
이런건 포스팅 하지 않으면 죄악임. 거지같은 티스토리 유튜브와의 연동이 불편한 게 한스러울 따름이다. 아 좀 클릭 한 두 번 착착 해서 포스팅하게 해주면 안돼? 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차고 넘치는 블로그 호스팅 회사 중 하나일 뿐인데 유튭에서 그런 배려를 해줄리가 없지. 유튭 베플 중 하나. Agree or disagree with his polices, this President is one cool MF......
언젠가 페이스북에 찌끄렸던 글귀가 새삼스레 맘에 들어 퍼왔다. 러브 픽션 중 한 장면. 글이 나오지 않는 양방울씨는 허물어지듯 노트북 키보드에 얼굴을 파뭍는다. 카메라는 등 뒤에서 양방울의 노트북을 비춘다. 화면 보호기가 작동하고 있다. "님은 좆또 몰라요" 관객들도 나도 웃었다. 웃으며 시 한 구 절을 떠 올렸다면 그 사람은 평론가 신형철의 팬이거나 이영광 시인의 팬일게다. 그러니까 이런 시다. 중략..“돈 내고 받아드는 영수증처럼 허망한 당신의/ 오랜 병력과 어둠과 온몸이 부서질 듯한 체념을/ 가슴으로 한번 받아볼까요 나는 잘못/ 살았어요 살았으니까 살아 있지만/ 당신과 못 만나고 터덜터덜 가는 길에/ 동쪽 바다 물소리 푸르게 들리고,/ 내가 밤하늘 올려다보며 당신 생각을 할까요/ 느티나무 그늘에 앉..
경계도시2 감독 홍형숙 (2009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국가보안법, 보수성, 냄비근성, 미성숙한 시민의식. 언론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신문 쪼가리들, 그것보다 더 부끄러운 정치인들. 어떻게 보면 는 송두율이란 한 인간을 통해서 한국의 치부를 차곡차곡 들춰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라에 번듯한 탈을 쓰고 만연해 있는 몰상식의 깊이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말이다. 혹자들은 이런 미성숙과 몰상식의 이유를 짧은 민주화 역사에서 찾는데, 그럼 그 성숙은 언제오는 것일지 의문이 든다.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이질 않는 공공연한 국가의 폭력 앞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헌법이 공허한 말놀음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불편한 ..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가끔 평론을 읽다보면 아 이건 정말 평론가들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군,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음악 평론은 단순히 음악에 대한 이론이나 창작자의 그 동안의 괘적을 가지고 해석을 하지만 그와 다르게 책이나 영화에 대한 평론은 무슨 할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온갖 철학적, 과학적 잣대들이 동원된다. 가끔은 그 평론들이 평론가들의 상상력 비교하기 정도로 보여질 때도 있다. 모 시인은 자신의 시가 이런저런 의미로 해석된다는 말을 듣고, '그냥 썼다'는 말로 독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으니 상상력이란 말은 무리가 아닐듯 싶다. 홍상수 감독의 을 보고 평론가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해서 몇 편의 글을 읽어봤지만 어느 하나 끝까지 읽은 것이 없다. 그래도 나름 독서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