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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이것 저것/진실 혹은 거짓 (5)
영원한 화자
쓰려던 단편 소설이 있었다. 아침마다 지나치던 동네 미용실 앞, 동도 트기 전의 새벽에 허름한 미용실 계단에 앉아 담패를 피던 노파를 보면서 말이다. 수 많은 주름과 유분기 하나 없는 거칠고 검버섯 오른 피부는 '늙었다'는 느낌만 줄 뿐 나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처럼 내뱉는 마른 기침, 동시에 노파의 손에 들린 담배를 보며 저 사람에게 생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노파는 그 곳에 있었다. 앉은 자리에는 재털이나 혹은 담배가. 미용실 주인인 딸이 쥐어졌을 법한 두유팩이 있었다. 촛점없는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봤고 나는 매번 아무렇지 않게 그 노파를 지나쳤다. 언제나 손에 들린 담배를 보며, 생을 태우고 있는 것인가, 죽음을 태우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몇개월을 지나쳤..
술이 불콰하게 달아오른 그녀는 오늘 소개팅한 그 남자가 맘에 들었다.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으로 가득 찬 9호선 안에서 그녀는 남자에게 스키장에서 넘어진 얘기를 했다.그녀의 목소리는 남들 보다 적어도 세 배 이상은 컸다.적당하게 마신 술과 맘에 드는 이성이 옆에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하하핫.남자는 어색하게 맞장구를 쳐줬다.쉴새 없이 스키장에 다녀온 일, 오늘 회사에서 일어난 일, 어제 먹은 점심밥에 대한 이야기가 9호선 안에 울려펴졌다.내 목적지인 종착역에서 그들도 내렸다.여자는 계속 불콰한 얼굴로 남자를 향해 웃으며 길을 앞장섰다.어색해하며 남자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나도 취해서 비틀비틀 걸었다.
9호선을 탑니다. 팔자에도 없을 9호선을 탑니다 제가. 백수일때 9호선은 단순히 강남에 빨리가서 좋은,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 주고 집에 빨리올 수 있는 그런 노선이었습니다. 급행이 정말 다른 급행보다 빠른 느낌이었죠. 그런 제가 9호선을 매일매일 탑니다. 주말에 여자친구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거의 7일중 6일을 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던 날이었습니다. 나름 전업투자st였기 때문에 오전 거래만 부랴부랴 마치고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8월 말이었죠. 가뜩이나 더위를 엄청나게 타는 저에게 삼복더위에 정장이라니. 집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땀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잘 보이기 위해 치덕치덕 쳐바른 BB크림이 손수건에 누렇게 뭍어 나왔습니다. 그리곤 ..
구상이나 각본 따윈 없는 가위 이야기 두번째. 여태 가위는 나타나지 않았다. 무언갈 자주 잃어버리고, 까먹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 핸드폰이 어딨는지 찾아대는 멍청함이 좀 있긴 하지만 이랬던 적은 없었다. 펜이 됐든, 사소한 소지품이 됐든 포기하던 찰나에 혹은 청소를 하다 우연히, 그것도 아니라면 이사하던 날에라도 그 물건들은 '힝, 속았지?' 하며 나타나곤 했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부피가 작거나 아니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소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가위는 다르다. 부피가 작지도 않고, 사소한 물건도 아니다. 사실 사소한 물건이라고, 아니 사소한 물건인지 아닌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그런 물건이다. 그러나 가위는 사소한 물건이 아니었다. 나는 주방에서 칼보다 가위를 ..
가위가 사라졌다. 자취를 시작할 때 엄마가 살림살이로 챙겨 준 빨간 가위와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산 새 가위 2개 모두 사라졌다. 처음엔 어디서 나오겠거니 하고 가위를 쓸 일을 만들지 않았다. 가위가 필요하다면 대충 어떻게든 해결하고 어디엔가 있겠지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더니 일주일째다. 씨리얼과 먹을 두유팩을 자르지 못하고 칼로 썰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생각보다 큰 일은 어제 벌어졌다. 김치를 잘라야 하는데 가위가 없는 것이다. 칼은 손에 묻히고, 도마를 씻어야 할 뿐더러, 냄새가 배니까 사용할 수 없다. 나의 철칙인 것이다. 결국 나는 김치통에 있는 건더기 몇 개를 줏어 먹어야만 했다. 가위가 없어졌다 가위가. 일주일째 가위가 보이질 않는다. 이건 분명히 가위도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