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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이야기들. 본문
나는 머릿속에 이야기를 욱여 넣었다. 헛헛함 때문이었다. 점점 추워지던 날씨 때문이었을까?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무료한 생활과 회사에서의 문제, ‘할 일 없음’의 공백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서사는 어떤 의미에선 나에게 마취제 같은 것이다. 수면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읽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화자가 되고, 주인공이 되고, 모든 인물과 사건을 내려다보는 절대자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들과의 완벽한 괴리를 만들어준다. 쓰고 보니 나는 현실 도피를 위해서 이야기를 읽은 게 확실하다.
그렇게 읽은 책이 뭐가 있나 되새겨봤다.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배준의 <시트콤>, 이기호의 <김박사는 누구인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64>가 있다. 김영하는 역시 김영하다. 배준은의 시트콤은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았다. 엉망진창으로 얽히고 설키지만 크리스마스 오후 시간 동안 단숨에 다 읽을 만큼 가독성이 높고 재밌었다.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이 그 책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것도 이야기를 읽는 것 만큼의 즐거움과 흥분이 있다.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그의 문장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내년부터는 나도 이야기를 짓고자 한다. 짧은 거라도 하나씩. 몇 해간 쓴다고 말만하고 쓰지 않았다. 못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공언을 하고 다녔다. 쓰겠다고. 이제는 더 지체할 수도 없다. 새해에 여러가지 목표가 있지만 그중 제일은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쓰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