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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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숏'과 함께보면 좋은 영화들.

영원한 화자 2016. 3. 1. 23:45
지난 달에 한 증권회사 최종면접에 떨어졌다. 자격증도 없고, 전공자도 아닌데 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증권업을 지원했는지를 물었다. 그들 맘에 들지 않은 답변을 했으니 떨어졌겠지. 나의 능력이 의심스럽다면 경제나 주식관련 질문을 하던지. 아마 나에겐 그런 지식이 없을거라 생각했나 보다. 최근 한 5년간 가장 흥미를 가졌고 열심히 공부한 분야가 경제학인데. 어떤 종자들이 합격했을지 궁금하다.

뭐 어쨌든. 비전공자가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대학생이라면 가서 수업을 들으면 되겠지만 일반인은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어찌보면 그런 틀에박힌 수업은 딱딱해서 오히려 흥미를 잃기에 딱 좋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쉽게 써진 개론서, 입문서를 읽고 관련 분야의 다큐나 영화를 보는 방법을 택한다. 그렇게 흥미가 생기고 기본적인 지식이 자리 잡히고 나면 누가 하지말래도 전공서적을 붙잡고, 관련 논문을 뒤적이게 된다. 내가 그렇게 공부했다 이 가발 쓴 면접관놈아. 내가 정독한 경제학 전공책이랑 논문이 몇 권인데 니가 나를 평가하냐. 빠져라 머리머리!!!






하아. 잠시 흥분했다.


지난 달에 빅숏을 참 재밌게 봤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것을 친철하게 풀어낸 방식도 흥미로웠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런 방식으로라도 그 복잡다단했던 문제와 위기 상황을 전달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엘리트로서의 문제의식과 책임의식이랄까. 뭐 그런걸 다 떠나서라도 재밌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리먼사태=2008년 경제위기)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글로벌 경제위기를 촉발 그리고 확대시킨 요소는 참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 촉발은 리먼브라더스를 위시한 유수의 금융기업들이 만든 파생상품 때문인데 그것은 그 회사의 직원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이것을 이해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리먼 사태가 그만큼 심각했던 것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분석하거나 당시의 상황을 그린 책과 영화/다큐가 많이 나왔다. '빅숏'은 2008년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에 베팅했던 한 펀드매니저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더불어 공매도나 서브프라임 사태 자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같이 보면 좋을 영화/다큐와 책을 정리해 보았다. 모증권사 가발쓴 면접관놈에게 바치는 헌정글.

1. Inside Job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 중에 가장 먼저 보길 권하는 작품이다. 2008년~2009년에 걸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친절한 다큐멘터리다. 미국 금융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범인 파생상품들이 왜 발생했고, 어떤 구조로 짜여졌는지, 어떤 것이 문제가 돼서 금융위기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큰 틀에서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좋은 영화다. 무려 맷데이먼의 목소리.


2. Too big to fail


한국어로 하자면 대마불사. 금융위기 당시 부실 금융기업에 대해 미국정부에서 구제금융을 지원하게 되는데 그 때 당시 가장 많이 회자됐던 말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 It is too big to fail. 이다. 대형 금융기관의 부도를 방치하게 놔두기에는 그 회사들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 기업이 붕괴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긴하다)

이 영화는 미국정부에서 구제금융을 실시하기 위한 막전막후를 다룬다. 페디메이, 프레디맥, 베어스턴스 등 유수의 모기지 업체와 투자은행이 부도가 나고, 결국 리먼 브라더스까지 파산하게 되고 결국 미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개인의 희생은 고려되지 않은채 어떻게 '퉁'쳐지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는 욕을 먹어도 그래야했다고 금융위기의 후일담격인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배우들이 연기한 인물들이 모두 현존인물인데 얼마나 비슷한가를 보는 맛도 있다. 개인적으론 벤버냉키가 가장 많이 닮았음.


3. 마진콜(Margin Call)


 금융업체들의 비윤리성, 비도덕성을 그린(?) 영화. 한 투자은행이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파생상품의 리스크가 엄청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벌어지는 24시간을 보여준다. 파생상품, 리스크, 변동성 등등 뭐 경제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겐 생소할 개념이나 그런 대사가 많이 나오고 이렇다할 설명도 없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냥 회사의 존폐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걸 처리해 나가는 캐릭터를 보는 맛이 큰 영화다. 배우들 연기가 죽임.


같이 보면 좋을책




티모시 가이트너, <스트레스 테스트>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재무장관이었던 티모시 가이트너가 금융위기 당시를 회고하며 쓴 책이다. 후대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위기에 닥쳤을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 책이다. 미국 시민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변명을 참 구구절절 늘어놓은 책이 되겠다. 그래도 어떤 사안에 대해 균형잡힌 견해를 가지려면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보면 좋은 법. 책을 읽어보면 미국 정부가 왜 구제금융을 실행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거기까지 가려면 책 초반 티모시 가이트너가 어떻게 자라왔고, 어떻게 재무장관까지 왔는지 한 유복한 명문가 금수저의 연대기를 지나쳐야만 한다. 지루한 사람들은 뒷부분에 있는 회고만 봐도 대충 감이 올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