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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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원한 화자 2012. 7. 7. 00:09


여자 : 만든 사람이 공들여서  만든건 다 알겠는데요... 왜 이런 영화를 만드세요? 이해가 안가요. 왜 이런 영화를 만드시려는지. 사람들도 어차피 영화보면서 잘 이해도 못하는거 같은데, 왜 사람들이 이해도 못하는 영화를 계속 만드시려는 거에요?


구 감독 : 이해가 안가시면 이해가 안가는거죠. 제가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 영화 그냥 만드는 거고, 그걸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거겠죠. 제 영화속엔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드라마나 서사도 없고, 교훈이나 메세지 뭐 이런것도 없거나 불확실하고, 예쁘거나 좋은 화면 없습니다. 제 능력과 기질은 하나뿐이 못하는 겁니다. 정말로 몰라서 들어가야하고, 그 과정이 정말 발견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제가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나로 하여금 계속 뭔가를 발견하게 하고 저는 그냥 계속 그것을 수렴하고 하나의 덩어리로 만드는 것 뿐입니다. 근데 그 결과물을 보고, 뭐 지금 말씀하신 분이나 아무도 이해를 못할 수도 있겠죠. 저는 세상의 귀중한 것은 다 공짜로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하고 싶은 겁니다.


여자 : 뭐가 겸손하다는거에요? 조금 무책임하신거 아니에요?


구 감독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  그리고 구체적인 것을 매번 만날 뿐 체계적으로 미리 갖지 않는 것, 매번 발견하는 것, 단지 감사하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예.


여자 : 영화감독이 아니라 철학자시네요.


구 감독 : 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