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말하는 건축가. 본문

이것 저것/본 것

말하는 건축가.

영원한 화자 2012. 7. 15. 02:00


_  방금 막 크레딧을 끝으로 동영상 플레이어 창을 닫았다. 뭔가 더 정돈이 필요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아지랑이같은 기억력을 잡아채기 위해서 몇 자 끄적.


  사진기는 단지 순간을 담은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으나, 군대에서 우연히 김아타의 책을 읽은 뒤로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것은 순간을 담는 기계임과 동시에 작가를 표현해 내는 훌륭한 펜이자 붓임을 나는 스물이 훌쩍 넘어 예술의 예자라고는 찾을 엄두조차 안나는 군대 막사에서 깨달았다.


  그것 처럼 이 영화는 나로 하여금 건축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립하게 해주었다. 단지 콘크리트 더미의 구조물이 아니라, 그것은 건축가의 붓이며 펜이기도 하거니와 그 속에는 인간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며 그 둘의 조화를 생각하는 철학적 산물이며, 인공을 추구하기보단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_ 남미를 여행하며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을 다녀온 사람이든, 사진이나 글로 접해본 사람이든 한결같이 했던 말은 서울은 가장 현대적인(modern)도시라는 것이다. 한국 혹은 서울에서 느꼈던 전통과 역사를 말했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얘길 듣고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우리만의 전통을 담은 것들을 생각해봤으나 경복궁 외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떠오른건 회색 빛 아파트들과 성냥갑 같은 주택들이다. 600년의 역사를 가진 수도라고는 하지만 그 600년이란 기간은 UFO를 얘기하는 것 만큼이나 거짓말같다. 도대체 이 도시의 어디가 600년의 흔적을 담고 있던가. 고 정기용 선생의 말처럼 이제 부를 논하고, 재테크와 돈을 논할 때는 지나도 한참 전에 지났다. 이제는 국격에 맞게 문화를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