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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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읽다

[감상]한윤형 - 안티조선운동사

영원한 화자 2011. 7. 6. 15:36



 책의 감상은 반드시 책을 읽자마자 써 내려가야한다. 읽을 땐 곱씹어야 할 사실들과 문장들이 많았지만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유익한 책이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나도 모르게 망각의 강을 건너버린 것인지, 선천적 건망증 때문인지.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책이라고 뭉뚱그려 포스팅하기엔 아쉬운 책이다. 왜냐하면 '안티조선운동'은 단순히 수구언론을 반대했던 사람들의 언론운동이 아니라 한 정권을 창출하고, 정당의 명암을 가르며, 정치 운동의 양상을 확연히 바꿔놓는 등 한국 현대사의 정중앙을 관통한 '사건'이며, 이 책은 그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기 때문이다.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집대성'이냐 반문하겠지만 이 책은 단순히 안티조선운동의 과정을 서술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운동과정은 물론 그와 맞물려있던 일련의 사건들과 단체 및 당사자들을 복기하고 설명하며, 그것들이 안티조선운동과 한국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500페이지에 달한다.) 그는 당시 여기저기에 산재해있던 사이트-안티조선운동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그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사이트, 각 언론사의 게시판 등-에서 있었던 논쟁과 반응까지 재현해내는데, 이런 그의 기억력은 경이롭기까지하다. 특기할만 한 것은 저자인 한윤형은 나와같은 20대(아마도 스물아홉?)라는 것. 83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10대 고등학생이 이 운동에 참가했고 그 때의 기억을 유기적으로 복기해낸 것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운동의 참가자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그 사안에서 뒤로 물러나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겨레와 경향의 편향적 기사와  운동내에서의 잡음 등을 잘 까내기도 하며, 조중동의 기사라할지라도 유의미하고 건강(?)했던 기사들도 끄집어내는 등 서술자로서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물론 저자의 사견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의 강준만 사랑이 드러나긴 하지만 한국의 언론과 근현대사를 강준만 만큼 치열하고 치밀하게 정리해놓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의 저작과 발언을 비켜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문단에서 저자는 말한다. "안티조선 운동의 현황과 공과를 검토하다보면 현재의 언론 문제, 언론 환경,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직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한국 언론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과거와 현재를 맡았다면 미래는 이제 독자의 몫이고 시민들의 몫이다. 왜 종편채널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운지, 그깟 천원 인상되는 수신료에 왜 이렇게 반대를 하는지, 정부와 삼성은 왜 경향과 한겨레에 광고를 하지 않는지 등등 언론에 관한 것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먼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p.s 한윤형 빠는 아니지만 찬양일색의 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찬양할 만큼 좋은 책이다. 물론 독자 개개인이 비판적 읽기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