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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감상] 장하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본문
페루의 쿠스코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분-알고보니 같은 대학교 선배셨다-이 읽고 계셨는데 그게 어찌나 탐나던지. 빌려 읽고 싶었는데 너무 열독을 하고 계신지라 차마 말씀을 드리기가 뭐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핫'한 경제학자가 아닐까한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데에는 '캠브리지' 교수라는 직함도 한 몫 했을듯. 여담이지만 마이클 샌델이 하버드 교수가 아니었다면 그의 책이 그렇게 기형적으로(!) 많이 팔리진 않았을게다.
그의 저작과 칼럼, 인터뷰 등을 쭉 봐온 사람이라면 다들 든 생각이겠지만 책의 내용은 '동어 반복'의 느낌이 강하다. 책 본문에서도 자신이 계속 언급하듯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말했던 내용이거나 그 외 다른 책들, 인터뷰에서 쭉 제기해왔던 문제들이다. 이 책에서는 그 주장을 23가지로 압축해 더 쉬운 예와 그 근거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는게 좀 다른점이다. 장하준의 매력은 그 설명 방식에 있다. 참 친절하다. 신자유주의와 파생상품을 설명하고 경제 정책을 설명하지만 좀처럼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장에 대한 논거로 제시하는 사례들 또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이거나 혹여 어려운 개념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용어를 던져놓는게 아닌 차근차근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풀어 설명해준다.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 뿐만아니라 최소한의 결과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언젠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관해 레포트를 썼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면 불평등이 완화되고 계층 이동의 확률이 커질거라 생각했다. 근데 책을 읽고 나니 그것은 오산이었다.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집안이 형편이 어려움으로 인해 공부를 제대로하지 못하고 영양상태 등에서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다시 악순환을 가져와 따지고 보면 기회의 평등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제대로 감명받았던 부분.
친구들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교수는 세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연구를 잘하는 교수, 두 번째는 잘 가르치는 교수, 세번째는 둘 다 잘하는 교수라고.다들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수업시간에 자기만 아는 언어로 혼자 떠드는 교수들이 셀 수도 없다. 이런 면에서 장하준 교수는 좋은 '선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연구는 말할 것도 없고.
여행중 만났던 그 선배님의 말대로 장하준 교수가 정책 일선에 들어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물론 지금 우리 실정에 비추었을 때 급진적인 면이 많지만 어쨌든 내 관점에서는 적어도 '상식적인' 정책을 펴지 않을까. 물론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고 하겠지만 혹시나 정치판에 그가 뛰어든다면 잘하는 '경제학자' 출신의 관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