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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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

영원한 화자 2016. 5. 25. 02:22


인간에겐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바로 어제 일같은 생생한 기억 한 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아마 내가 여섯 살쯤이나 됐을까. 기억은 아빠가 타고 다니던 스쿠터 뒷자리에 앉아 혹여나 떨어질까 아빠의 허리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있던 때부터 시작된다. 아빠와 내가 도착한 곳은 아직 공사중인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다. 내부공사만을 남겨둔 아파트 현장을 아빠를 따라 들어갔다. 낯선 계단을 올라 도착한 3층의 낯선 문들. 그 중의 한 곳에 들어간 우리는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거실에 멈춰 선 아빠가 말했다.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기억은 여기서 끝난다.


<행복을 찾아서>를 보고 있는데 아들을 데리고 무료 쉼터로 향하는 윌스미스의 얼굴에 아빠 얼굴이 자꾸 겹쳐 보였다. 누구보다 힘든 30대를 보내셨을 아빤 영화 속의 윌스미스보다 더 악착같이, 더 굳건하게 버티셨을 거다. 25년이 지난 지금 아빠의 흰색 스쿠터는 검은색 대형 세단이 됐고, 아파트는 더 크고 넓어졌다. 변하지 않은 것은 철없는 아들뿐이다.


지난주엔 문득 소스라치게 두려워졌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과연 나는 성공, 아니 성공은 고사하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잠을 설쳤다. 억지로 웃어보기도 하고, 동기부여 동영상까지 찾아봤다. <행복을 찾아서>를 보고 나니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나에겐 무엇보다 좋은 모범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나약한 생각일랑 접어두자. 미래의 내 아들이 지금의 나처럼 아버지를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내는 모범이 될 수 있는 인생을 살자. 내 아버지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