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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2010. 7. 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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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쨍쨍했다. 허나 할 일은 없고 또 늦게 잔 탓을하며 또 늦게 일어났다. 늦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빵과 우유를 챙겨먹고 메일을 체킹하고 트위터를 체킹하고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들을 체킹한다. 대충 뉴스의 헤드라인을 훑어보고 이것저것 했더니 12시가 넘었다. 빵을 먹은지 2시간이 채 안지났을텐데 마지막 남은 김치를 탈탈 털어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토론토에서 먹는 김치찌개란...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곤 룸메이트 형님과 미흡한 레쥬메를 공들여 완성했다. 아 내일부터 진짜 허슬러가 되어야 한다. 할 일이 없어 혼자 마트로 가서 이거저거 사왔지만 그래도 날씨도 좋은데 반지하방에서 남자 둘이 시컴하게 컴퓨터를 하고있는 몰골이란 이 여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여 난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들고 휘적휘적 나가 엄청나게 큰 단풍나무-사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 단편 하나를 읽어제낀다. 소나기가 온 뒤라 그런지 선선하고 상큼하다. 훌렁 누워 나뭇잎새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 정말 사는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엔 이런 공원이 어디있지,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내가 만약 한국에 돌아가면, 이라는 가정법이 머릿속을 채웠다. 콘크리트와 사람과 매연에 '쩔어들어갈' 생각을 하니 아 진짜 '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