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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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영원한 화자 2010. 7. 18. 13:37

그의 재임기간 동안  언론은 물론 그를 지지한 국민들까지도 그를 욕하고 비난했다. 세간에서는 '대통령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 라고 말했고, 화투판에서 돈을 잃어도 '노무현 탓'을 했다.

 퇴임이후 그는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 친환경 농법을 이용해 농사를 지으며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봉하마을에서 찍힌 소탈한 모습들이 화제가 되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했다. 

몇 개월 후 그의 형인 노건평씨와 박연차씨가 수사를 받았고, 그 또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결국 검찰은 죽은 정권에 칼을 들이밀었다. 이후 검찰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들을 언론에 흘렸고 꼬투리를 잡은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근거없는 추측성 기사를 써댔다. 아니 그건 거의 삼류 쓰레기 소설에 가까웠다. 그나마 신문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한겨레마저도 조중동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 언론의 행태를 비웃었다.

사람들은 다시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다면서, 털어서 먼지 안나는 놈 없다면서, 당신이 그립다고 하던 사람들은 다시 그를 '경제는 말아먹고 자기 배만 채운 놈'으로 몰아갔다.


무서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새로 들어온 정권은 정말 미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의 보도가 아닌, 정보를 재생산, 재조합하는 언론도 무서웠고, 그것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대중도 무서웠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벼랑끝까지 몰다가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5월 23일은 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올라탄 버스 안에서는 긴급한 목소리의 기자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 노태우가 드디어 뒈졌구나, 그래 요즘 들어 골골한다더니 드디어 갔구나, 라고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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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새하얘졌었던 것 같다.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다. 충격적이었지만 이상할 게 없었다. 혹시 내가 그의 입장이래도 충분히 죽음을 택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정신이 없었다. 공공장소 티비 앞엔 온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난 헛웃음이 나왔다. 


불과 이틀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를 욕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를 욕하던 언론이었다. 통곡을 하는 사람은 물론 인터넷은 그를 추모하는 글과 동영상, 사진이 넘쳐흘렀다. 타인의 죽음 앞에서, 더군다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죽음에 그를 추모하고 기리는 게 당연하지만, 난 사람들의 추모 물결에 소름이 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역겨웠다.


지독하다 싶을정도로 그를 욕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모든 잘못된 것을 그의 탓으로 돌리며 경멸했던 사람의 죽음아닌가. 그랬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하며 그를 추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향소가 차려졌던 대한문 앞을 지나면서도, 학교 학생회관을 지나면서도 난 머리를 조아리지도, 분향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껴있는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니 정말 무서웠다.


지금에서야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한다. 사람내 나는 대통령이었다며, 소탈한 옆집 아저씨, 할아버지 같은 대통령이었다며, 그의 사진을 보면 눈물부터 앞선다고 말을한다. 또 한번 몸서리가 쳐진다. 진심으로 그를 추모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까지 매도할 생각은 없지만, 그 때 그 감정의 과잉들은 충격적이었고 아이러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