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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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현재는 과거의 결과다

영원한 화자 2009. 3. 17. 00:58

 어느새 3월의 2주가 지났다. 어느새 전역한 지도 2달이 훌쩍 넘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그 곳에서 난 이 곳만 벗어나면 뭐든지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놈의 공부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 읽고싶은 책만 맘껏 읽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영화 <8 mile>에서 에미넴이 말 했던 것 처럼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일어나자 마자 발가락 끝으로 지그시 눌러 켜는 것은 컴퓨터고, 여자친구의 손보다 시커먼 마우스란 놈을 움켜잡고 빈둥대는 시간이 흘러 넘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결국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골치아픈 전공 서적은 장학금을 조금씩 멀어지게 만든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방을 한번 닦고 책상에 앉으면 시계 바늘은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를 앞질러 간다.

 특기는 자기 합리화에 취미는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기. 결국 내 자신에게 지쳤다.  친한 선배의 4점대 성적표를 보며 내 지나간 4학기의 대학생활에 자괴감이 들었고 혐오스러웠다. 난 대체 뭘한건지. 뭘 남긴건지. 뭘 배운건지. 이 따위로 살면 안되겠다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지만 누적된 피로에 녹초가 된 몸을 침대위에 누이기에 바빴다.

 공부가 하고싶다고 취직따윈 하고 싶지 않다고 떠벌리고 다닐꺼라면 그에 합당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언제나 남들 앞에선 남들과 달라보이고 싶은 허영뿐이었다. 쪽팔리기 그지없다. 알량한 그 주말 알바 하나로 내 자신을 가엾이 여겼다. 주말보다 평일이 좋다며 이빨을 까댔다. 어디 내놓기 챙피한 정신상태다.

 우리는 하루 하루를 시험기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학금이 최고의 재테크라는데, 난 또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며 아까운 등록금을 쓰레기통에 휘적휘적 버리고 있었다.

 "당신의 현재는 과거의 결과다"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 나의 현재에게 나의 과거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보란듯이 장학금도 타고, 계획했던 걸 이룰꺼다. 한 시간도 허투로 쓰지 않고 타이트하게 살꺼다. 진짜 사람답게 살아야겠다. 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