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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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위기

영원한 화자 2009. 3. 3. 22:41

 근 3년만에 만난 대학 동기 형이 물었다. "너도 복수전공해?"  난 중국학 전공이지만 전공에 흥미를 잃고, 정치외교를 복수전공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형은 대답했다. "쌩뚱맞은데?"

 그렇다. 이제 경영학이나, 경제학과 같은 '경상계열' 외의 학문은 '쌩뚱맞은' 학문이 되어버렸다. 대기업의 입사공고엔 버젓이 경상계열 우대라는 조건이 내걸려 있고, 학생들의 80~90%는 경상계열 다전공을 희망하고 있다. 대학은 입시학원이 되버렸고 대학생의 목표는 취업이 지상 최대의 목적이 되버린 2009년 대학의 현실이다.

 350만이 넘는 대학생의 대부분이 경상계열을 희망한다면 다른 부분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사회가 경상계열의 학문으로만 돌아갈까? 경제학, 경영학이 경제위기인 지금의 상황에서 중요하고 가장 '핫'한 학문일지 모르겠지만 한 사회내에서 그 역할이 절대적이진 않다. 분명 누군가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해서 더 좋은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며, 또 누군가는 철학을 연구해서 인간의 내면을 풍성하게 해야한다. <너, 외롭구나>의 저자 김형태는 그의 책에서 이태백'이 배운건 입시공부 뿐이라고 지적하고, 지금의 4~50대들이 모두 죽었을때,  누가 무역을 주선하고, 누가 능수능란하게 외교를 하며, 누가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이어가겠냐고 말한 바 있다.

 오늘도 난 쌩뚱맞은 정치학 책을 붙들고 씨름했고, 쌩뚱맞은 역사책을 펴들고 졸았다. 대부분의 학생들 책상위엔 토익책과 경영학 원론과 회계원리가 펼쳐져있다. 학생들 머리위론 알파벳과 숫자가 잔뜩 날아다녔다. 우리나라의 정치외교학은 나혼자 짊어지고 갈까봐 겁이났다. 나의 위기인걸까, 왕따가 되버린 순수학문들의 위기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