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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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목표

영원한 화자 2016. 1. 6. 01:29






12월 31, 1월 1일 여행을 다녀오느라 조금은 어수선한 연말 연초를 보냈다. 계획했던 글은 당연한듯 쓰지 않았고, 대선 공약처럼 지켜지지 않을 새해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새해 첫 월요일, 가지고 있는 종목 5개가 모두 불기둥을 뿜어 흥분한 나머지 자격증 공부도 망각했다. 뒤늦게 찾아간 도서관은 새해 목표를 도서관에 풀베팅한 사람들 덕분에 만원이었다. 1월의 헬스장을 방불케했다. 2주 안에 사라질 중생들이여... 덕분에 개방된 다른 열람실에서 책과 뉴스 몇 자를 훑어보고 집에 돌아와 맛있게 닭볶음탕을 해먹었다.


그래도 새핸데 지키지 않더라도 멘탈 마스터베이션을 위해 뭐라도 끄적여야 되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는 여자친구와 삼성동 어딘가에 있는 카페에서 끄적였던 2015년 목표를 훑었다. 덮어버리고 싶었다. 아무것도 지켜진게 없었다. 목표는 그러라고 있는 법. 이게 위인과 나의 차이지. 후훗. 어떻게 이렇게 지켜진게 없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보는 2016년의 목표.

1. 취업.
이제 놀만큼 놀았다. 나는 잘 놀지 못하는 인간이고, 잘 쉬지도 못하는 인간이다. 두달 논 것으로 충분하다. 일 아니면 실업급여를 달라. 되도록이면 증권회사에 취직하고 싶다. 그래서 자격증을 준비중이다. 주식투자는 매일하고 있다. 날 뽑아달라.

2. 독서 50권.
시간이 남아돈다. 요즘 가장 큰 즐거움 역시 독서다. 도서관에도 다니고 이북도 샀다. 집엔 읽으려고 사둔 책들이 산더미다. 행복하다. 읽고 읽고 또 읽다 죽자. 읽고 죽은 귀신이 똑똑할 것이다.

3. 바른 자세.
지난해 추석연휴를 앞두고 제법 큰 교통사고가 났다. 면허를 딴지 10년 만의 첫 교통사곤데 3중 추돌이었다. 후유증이 무섭다더니 여전히 목통증으로 고생중이다. 정형외과에 갔더니 일자목이라고 한다. 군대에서는 허리를 다치고, 회사에서는 목을 다쳤다. 놀고 먹을 때까지 다칠 수 없다. 가열차게 요가매트트와 요가블럭을 준비했다. 나는 백수이기 때문에 집에서 코어운동과 근력운동에 매진하겠다. 

4. 월 100만원의 수익.
많이도 바라지 않겠다. 사딸라, 아..아니 백만원 난 백만원만 있으면 된다. 백만원의 수익을 목표로 투자를 하기로 했다. 과욕은 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 내 그릇만큼만 먹자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투자에 정진하겠다.

5. 중국어 공부.
한중 FTA 체결 기념으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겠다, 는 개뿔 헛소리고 2015년에는 중국어 능력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나는 1전공이 무려 중국학이고, 무려 HSK 5급을 보유한 사람이다. 중국어를 못하는게 이상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관련 종목으로 기필코 상한가를 먹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중국어 공부를 할 예정이다. 

6. 조급하긔 있긔없긔.
조급함이 내 모든 것을 망친다. 공부도 투자도 운동도 모두 조급함이 앞서 모든 걸 망쳤다. 당장의 큰 결과를 바라지 말고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걸로. 성실하게 꽉찬  하루를 살기로.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와 비교하기로.


누차 말하지만 대선공약 만큼이나 현실성이 없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목표들이다. 매니페스토의 관점에서라면 낙제점이겠지. 그렇지만 이런게 없다면 정말 '사는대로 생각하게 될'것 같으니 이런걸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도 마음가짐이라도 가져보겠다고 끄적여 본다.

벌써 1월 6일. 집에 남은 마지막 와인을 비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