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랜 바로 포스팅하려했으나 4시간여를 걸었던 탓인지 몹시도 피곤이 밀려와 오늘에서야 글을 쓴다. 이 글은 토론토 현지 6월 26일 Queen's Park에서 시작한 Peace Rally at the G8/G20 Summit 참관 혹은 참가기이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을 마치고 집회가 시작되는 퀸스파크로 향했다. 비가 꽤 많이 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적게 모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운 날씨보단 시위하기엔 딱 좋은 날씨였던것 같다.
이동을 시작하자 곧 빗방울은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어제(6월 25일)처럼 다양한 구호를 적은 피켓과 깃발 플랜카드들이 눈에 띄었다. 역시 가장 눈에 띄었던건 마오의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깃발이었다. 1전공이 중국학이지만 2학년땐 중국어 수업과 언론학 수업에만 몰두했던 터라 중국정치와 역사 지식이 빈약한 나로썬 마오가 서양에서 저러한 의미를 갖고있는 인물이라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단순히 공산주의를 유지시킨 아이콘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마오의 방식을 원하는건지..저들은 공산주의를 위해 마오가 6천만 중국인을 죽인건 알고 있을까..
marching은 어제처럼 평화로웠다. 각 단체들마다 각자의 구호를 외쳤고 어제 봤던 마칭밴드들은 오늘도 흥겹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한쪽에선 흥겨운 연주에 맞춰 춤을추고 있었다. 이걸 참 집회라고하기에도 뭐하고 시위라고하기에도 뭐하고. 민주주의 축제라면 축제인걸까. 비가오는데도 유모차를 끌고나온 남자가 있는가하면 어린 아들, 딸과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모습만큼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자신의 희망을 외쳤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구호. 토론토가 아니면 볼 수 없을 광경일 듯 하다.
행진 도중 관공서로보이는 건물앞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을 지나치게됐다. 사람들은 fuck the police라고 외치는가하면 million dallar boys라고 조롱하기도 했다.(캐나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 10억달러를 소비했고 그 중 일부가 각종 시위진압용 무기 구입에 사용되었다.) 최루탄 발사용으로 보이는 듯한 총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왠지 무서워졌다. 그 와중에도 경찰에게 좀 웃어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는데 순진하게 생긴 경찰이 기어코 웃고야 말았다. 그랬더니 플래쉬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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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Ave.를 지나 Queen st. West로 접어들었다. 대형은행 혹은 관공서 주변엔 경찰들이 빼곡히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지만 특별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는 끝을 알수없을만큼 규모가 커졌으며 정말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Queen/Spadina까지 행진을 한 시위대는 잠시 머무른뒤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폭력적 시위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길 가운데 주차되어있던 경찰차 유리를 누군가 부셨고 이어 근처의 나이키 매장과 스타벅스, 스코샤 뱅크등 다국적 기업이나 은행 건물들이 수난을 당하기 시작했다. 어제 봤던 검은색 옷차림을 한 친구들이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은 아나키스트 단체였다.
결국 이들은 Bay st에서 자동차에 불을 붙였고 이 때부터 과격 시위가 본격화되었다.
사거리 한가운데에 불이나는 바람에 나는 본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뻥뻥 간간히 터지는 폭발의 위험때문에 쉽사리 건너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사방에서 곤봉으로 방패를 치며 move!!를 외치며 조여왔고 나와 같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손을 들어서 무기가 없음을 알리고 그냥 행인이라고 외쳤다. 여기까지와서 경찰서 구경을 하는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무사히 풀려났다. 경찰아저씨들이 우리한테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대는 판에 오줌지릴뻔했다.
결국 난 너무 힘들어서 집으로 발길을 옮겼으나 이미 Yonge라인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다국적기업들과 은행의 주요 매장 쇼윈도가 박살이난것이다. 이로인해 건물은 모두 출입구를 봉쇄했고, 덕분에 지하철도 임시적으로 폐쇄했다. 망할. 결국 터키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Yonge/Bloor 역까지 걸어왔고 시위대에서 빠져나온지 1시간반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아나키스트들은 경찰차 여러대에 불을 질렀고 창문 등 기물 파손을 지속해오다 26일 밤 100여명이 경찰에게 체포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