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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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나요?

영원한 화자 2014. 5. 11. 01:25
오랜만입니다.

많은게 바뀌었습니다. 기상 시간도, 취침 시간도, 심지어 점심밥을 먹는 속도도 변했습니다. 말투도 바뀌었고, 입는 옷도, 자주 신는 신발도 사람 빼고는 모든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일매일은 적당한 실수와 깨달음의 연속입니다. 인생의 큰 짐을 내려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딱 그 무게만큼의 새로운 고민을 들쳐메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끝은 시작과 동의어라는 말이 새삼 느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머리와 가슴 속에 집어넣는 시간들이 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가까스로 집에 오가는 길에 책을 읽지만 50장이 채 되지 않을껍니다. 음악은 언제 넣었는지도 모르는 쇼팽의 피아노 곡들을 듣거나, 스트리밍 사이트 상단에 올라오는 한 두곡들을 재생시키는게 다입니다. 주말에는 그나마 좋아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바보처럼 웃고 맥주 한 병을 마시는게 소소한 낙입니다. 새로이 들어오는 것들이 없으니 정체되는 느낌입니다. 어제보단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보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생활이 적응 되지 않아 모든 의욕과 다짐들이 피곤함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언젠가는 좀 나아지겠죠.


새로운 분위기입니다. 적지 않은 아르바이트를 해봤고 다양한 직종의 조직에서 일을 해봤지만 정규직, 그리고 사기업이라는 분위기는 또 다르게 와 닿습니다. 매일같이 이메일로 날아오는 오늘의 매출 현황과 법인들을 비교하는 형형색색의 그래프와 도표들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이제 내가 저 숫자들을 더 크게, 더 많이, 누구보다 더, 더, 더 높여야 한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오늘은 예전에 도움을 받았던 분과 식사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좁아지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분은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랬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들이 생각지도 못한 편지처럼 도착한다는 걸 깨달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바심이 나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잘 지내시길 빕니다. 저는 뭐.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