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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아파트 게임. 본문
- 몹시 기다렸던 책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읽었을 때의 신선함과 지적 충격-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하는-은 매우 강렬했다. 신간이 나온 직후부터 읽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미뤄왔고 잉여력이 하늘을 찌르는 최근에야 읽을 수 있었다.
- 이번 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역시 박해천의 서술 방식이다.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설정하고 그 인물을 통해 다양한 문학작품과 언론기사, 기타 기고문 등에 기반해 과거와 현실을 분석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그의 방식은 매우 절묘하다. 특히 적재적소에서 현대 소설의 배경과 등장 인물의 말을 차용해 지금은 사라진 옛 서울의 모습이나 생활방식 등을 텍스트로 끄집어 내는 것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에 읽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뒷장에 빼곡한 주석은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 책을 구상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글들이 마치 1000피스 짜리 퍼즐처럼 조각조각 모여 짜임새있게 얽혀있다.
- 나는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강준만 교수를 떠올렸다. 큰 줄기를 두고 '인용'으로써 잔가지를 만들고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엮어나가는 강준만의 저작들은 읽을 때마다 경이롭다. 이들의 기억력과 정리력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문학권력>에서 강준만의 서술은 '인용'의 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 마지막 챕터인 '지상의 방 한 칸 - 큐브의 역사'는 책 전체로 봐서는 조금 붕뜬 느낌도 있지만 지금 우리 세대에게 매우 유의미한 선언을 하고 있다. 바로 주거의 기준이 '집', 그러니까 2개 이상의 방과 주방, 거실, 화장실이 딸린 거주방식에서 '방'으로의 전환이다. 박해천은 거주형태로서의 '방'의 기원을 7~80년대의 벌집방과 하숙방을 조명한다. 그 '방'은 90년대 고시원으로 이어지고 현재의 원룸으로 유지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그 방을 전전했고 지금도 여전히 냉장고, 세탁기와 함께 잠을 자는 원룸 생활자인 나에게 그 내용들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방'에 고립된 우리 또래의 탈출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내 집 마련은 '꿈'을 넘어 '환상'이 돼버렸고, 그나마 현실적인 '내 방 마련의 꿈'조차 미친 전세가격과 우리들의 임금수준에는 콧방귀조차 안 뀌는 월세가격에, 누구에게는 금융권 대출이 없다면 여전히 '꿈'같은 얘기다.
누군가들이 호출했던 88만원 세대는 이미 '아파트 게임'으로 부터 완벽히 배제됐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를 위해 꽉 붙잡고 있는 '큐브게임'에서도 절대 불리한 위치에 서있는듯 하다. 급속한 노령화로 투표로서의 변화도 힘들어 보인다. 큐브 다음엔 또 무엇일까.
- '누가 이 게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을 갖고 책을 덮었다.
이 빠진 별 반개는 마지막 챕터 구성의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