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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오랜만의 일기. 본문
1. 거의 한 달만의 포스팅이다. 뭐가 그리 바빴지? 생각해 봤는데 바쁘긴 개뿔 여유로웠으나 게을렀던 한 달이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개강을 하고, 대학와서 처음으로 원어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논문다운 논문, 그러나 여전히 논문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부끄러운 논문을 한 편 써제꼈고, 논문 제출과 동시에 충수염(맹장염이라는 건 없고 정확한 표현은 충수돌기염이란다)에 걸려서 생애 처음으로 입원을 해봤으니 해봄직한 건 다 해본 9월이구나.
2. 2011년은 생각해보니 좀 아팠던 해다. 1, 2월 일을 할땐 12시간씩 중노동을 하다보니 쉬는 날엔 다른 일을 하지 못할 만큼 삭신이 쑤셨다. 자고, 먹고, 음악 듣는 일 외엔 한 게 없다. 남미에선 손가락이 부러진 날 장염에 걸렸다. 두 달 간의 여행중 한 달 반을 손가락에 깁스를 하고 다녔다. 장염은 말도 못하게 심해서 이까에서 꾸스꼬로 향하는 24시간 버스가 너무도 두려웠다(그렇지만 난 화장실에 한 번도 가지 않아 너무 기뻤다.) . 제대로 조처를 못취한 손가락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두 달이 지난 뒤에서야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쓸 수 있었다. 손가락이 좀 굽긴했지만 뭐.
한 달 동안 지긋지긋하게 골머리를 썩이던 논문을 제출하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충수염에 걸렸다. 생애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두 번째일꺼다. 5살 무렵에 발목이 찢어져서 수술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기억나는 건 수술대의 조명뿐이니 진짜 첫번째는 지금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도 그 불빛이 참 무서웠는데 20년이 지나고 누웠던 그 수술대 조명도 너무 무서웠다. 급하게 했던 수술이라 혼자 응급실에 가서 혼자 검사받고 혼자 수술실에 들어간거라 어리광을 부리거나 나의 공포를 좀 덜기 위해 어설픈 개드립도 칠만한 사람도 없었다. 눕고 공포에 좀 떨고 있었더니 의식이 희미해지더라. 기억나는건 내 복부를 사정없이 문지르던 알콤솜의 차가운 감촉과 왜 내 바지를 벗기지?라는 의문(이 자식들 환자이 동의도 없이 음모를 쉐이빙하다니..)뿐. 회복실에서 누군가가 날 깨워 난 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쌔끼들이 나의 젖꼭지 옆 살을 꼬집었는지 거기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입원실로 옮겨지는데 익숙한 향수냄새가 나서 눈을 떠보니 여자친구가 와있었다. 엉엉엉. 좀 무서웠는데 여자친구 얼굴을 보니, 또 너무 고마워서 참지 못하고 엉엉엉. 근데 난 여전히 정신이 없어서 정신줄을 놨다 잡았다를 반복. 냄새나는 남자 여섯-진짜 말그대로 병실에선 구역질 나는 냄새가 넘쳐났다-이 입원한 병실에서 날 간호해준 여친님께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바이다.
3. 내일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 투표를 하러간다. 아우 씨 말도 참 길다. 복학을 하고 6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로 주소를 옮기기도 했고, 여느때보다 의미있고 아름답게(?) 치뤄지고 있는 선거를 보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는 훼이크고 어쨌든 이런것도 다 경험이니까.
4. 홍대에서 하고 있는 와우북 페스티벌에 갔다. 신간도 꽤 할인을 많이 한다고해서 오랜만에 책을 좀 사러 갔더니 살게 너무 많았다. 50프로 할인하는 책들도 많았고 신간도 30프로나 할인을 해주더라. 결국 6권이나 샀다! 그렇지만 가격은 52000원 지출! <서양근대정치사상사>만 해도 32000원인데. 그래서 내일 하루 더 가볼까 싶다. 슬슬 책꽂이가 모자라기 시작했다. 자취와 이사의 가장 큰 적은 책인데. 얼른 어디에 좀 정착해서 책과 CD, DVD로 가득차고 오디오와 비디오 시스템이 갖춰진 서재를 갖고싶다. 박찬욱의 AV룸이 그렇게 탐날 수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