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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아방가르드하며 아스트랄한 결혼식. 본문
평소에도 참으로 한국의 결혼식 풍경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게 서양식도 아닌 것이, 동양식도 아닌 것이 오묘했다. 왜 결혼식 전에 사진관으로가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어색한 포즈를 지은 어색한 사진들을 찍어놓고 그걸 세워놓는지. 왜 요즘은 또 '튀어보이려고 발악하는 중' 이라는 의미를 내뿜는 소품들을 죽 깔아놓고 찍은 사진들을 식장 앞에 세워 놓지않는가. 거 참 어릴 때나 지금이나 이해할 수 없는 풍속이고 풍경이다.
그러니까 사건은 이랬다. 귀국 후 집에서 잉여잉여 열매를 섭취하고 있던 나에게 아버지는 결혼식장에 가서 밥을 먹고 오자고 말씀하셨다. 친구분의 딸인지 아들인지 하는 사람이 결혼을 한댄다. 나는 부페를 먹을 생각으로 꿀떡을 한 팩 까잡순 똥배를 부여잡고 따라나섰다. 아버지는 친구분과 다른 지인 분들과 인사를 나누시고는 축의금을 내셨다. 두 장의 식사권을 받아오시더니 말씀하셨다. "밥먹으러 가자."
읭?
분명 결혼식은 시작 전이었다. 의아하게 여기며 도착한 식당은 이미 천원도 아닌 만원사례. 아버지는 의아해하는 나에게 "오는 사람 다 식장 안에 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친인척아니면 축의금만 내고 다들 밥 먹으러 온다"고 하셨다. 슬쩍 지나친 식장안의 나이트클럽 뺨치는 조명이 머리속에서 번쩍였다.
결혼식이라 함은 부부의 관계를 맺는 것을 서약하는 의식인거늘,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결혼식 뿐만 아니라 한 집안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이 사회적 인관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쯤으로 치부되고있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 결혼식장으로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 형식은 또 어떤가. 장례식이야 현대사회로 오면서 그 형식이 간소화되거나 상조회사나 전문 장례식장 등에 의해서 간소화, 편리화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지만 결혼식 풍경을 보고 있자면 기이하다는 느낌이든다. 서양식도, 한국식도 아닌 것들이 어울리지 않게 섞여있는 모양새랄까. 거기에 오는 하객들의 행태(?)가 더해지면 이건 결혼식이라기 보다 가끔은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어디에도 전통이 없다. 여행하면서 만난 외국인들은 서울을 one of the most modern city 라고 표현하지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갔던 남미 국가 어디를 가도 전통양식의 건물과 풍습들과 복장들이 잘 보존되고 있었지만 개량한복을 입고 다녀도 이상하게 보는 한국이다. 지금와서 '우리의 전통을 지킵시다'라고 말하는 것 조차 우스울 정도로 남아있는 게 없다.
그럼 나는 그 아방가르하며 아스트랄한 결혼식 풍속을 거스를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정답은 아니다, 이다. 주변 눈치를 유난히 많이 살피는 한국인데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할꺼며 상대방 측에서 반대한다면 그걸 또 설득할 자신도 없다. 그래서 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만 참 이 나란 특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