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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그녀의 진지한 장난. 본문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습관처럼 뒤적이던 잡지의 신간 꼭지였다. 내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바로 86년생이라는 한 줄. 수많은 수상경력과 무엇보다 나와 동갑인 '친구'가 이런 단편집을 냈다는 게, 그리고 이렇게 호평을 받는다는 게 신기하면서 질투가 났다.
책을 펴기 전까진 그녀의 나이와 '즐거운 장난'이란 제목, 그리고 표지의 일러스트가 묘하게 어우러져 20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넘치는 책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첫 단편부터 제목이 「강신무」가 아닌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난 더더욱 놀랐다. 이건 스물을 갓 넘긴-심지어「강신무」와「박제」는 그녀가 고1때(2002년)쓴 소설이다- 처자의 소설이 아니었다. 심지어 10편의 단편은 하나같이 모두 다른 소재를 가졌다. 아. 난 또 절망했다. 나란 놈은 여태까지 뭘 하며 살아왔단 말인가.
평론가 정여울의 해설처럼 직구처럼 쭉 뻗는 맛을 가진 문체 덕에 그녀의 글은 쉬 읽힌다. 하지만 20대라고 해서 쉽게 읽힌다 해서 그녀의 글을 절대 가벼이 여기면 않된다. 무속인의 딸, 박제사, 난장이, 몸을 파는 소녀, 홀로 딸을 키우는 보험회사 여직원 등 20대가 소화해내기 쉽지 않아 보이는 마이너리티들의 삶을 그려내는 그녀의 솜씨는 여타 기성작가들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 “살아 있는 것들이 때로는 죽은 살덩어리보다도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팔월」中 ”, “능력 있는 감독이란 죽은 떠돌이 개의 사체를 찍기 위해 찾아다니는 쪽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개를 향해 트럭을 내모는 편이라는 걸 깨들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내 이름 말이야」中”, “가슴팍을 봐라, 하고 구식형이 말했다. 사무실에 들어와 처음으로 채무자를 잡으러 간 날이었다. 처음엔 꼴에 양심이란 게 남아 있어서 자기 주먹에 스스로 비위가 상하지. 그럴 땐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가슴팍만 보고 돌진해. 내가 정복해야 할 벌판이라 생각하고. 저 가슴팍 하나 점령하면 그 공간만큼 내가 발 딛고 숨 쉴 수 있는 땅덩이가 넓어지는 거야. 「범람주의보」中” 등등, 책 곳곳에 퍼져있는 묵직한 삶에 대한 고민들은 그녀의 소설을 더 묵직하게 잡아준다.
언젠가 문학에 대한 글을 쓰며 나는 그녀를 ‘엄친딸’과 같은 문학계의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질투나기 그지없는 ‘엄친딸’과 같은 존재지만 그녀의 결과물들을 곱씹어보면 질투보다는 존경과 경이가 더 맞는 감정일 듯하다. 누가 20대를 생각 없다 하고 가볍다 말하겠는가. 우리는 이렇듯 걸출한 작가 ‘친구’를 가졌고, 분명 어디선가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고 있는 전아리의 친구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즐거운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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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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