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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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영원한 화자 2010. 10. 5. 13:48


1. 특정한 순간에 함께 했던 음악이나 향수나 글귀들은 잊혀지질 않는다. 그 음악을 듣거나 그 향기를 맡거나, 그 글귀들을 접하는 순간 난 그때로 되돌아간다. 하여 이 노래는 항상 날 어떤 순간으로 내 몬다. 겨울 바람이 매섭던 그 날, 난 취해있었고 이 노랠 부르며 텅텅 빈 도로를 걷고 있었다. 꼴사납게 엉엉 울면서. 난 또 이런 놈이 되버렸구나, 생각하며 말이다.

하여 이 노래는 나에게 보편적일 수 없는 '보편적인 노래'다.


2. 그러니까 보편적인건 어렵다. 사람들은 보편적인 삶을 살려고 대기업에 들어가고, 서른두평짜리 방을 얻어 적당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적당한 차를 몰며, 적당하게 살다 죽으려 한다. 마치 적당한 또는 보편적인 삶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도 난다는 것 처럼. 보편적인 것 만큼 평범한 것도 없겠지만 또 그 면면을 살펴보면 보편적인 거라곤 하나도 없는게 그네들의 인생이다. 겉은 흠잡을 것 없는 중산층 가정이겠지만 남편이 바람을 핀다거나, 그렇게 믿던 착한 내  딸아이가 바람대신 담배를 핀다거나, 너는 앞으로 내 딸이라 했던 시어머니가 태클을 건다거나, 남편 몰래한 주식이 바닥을 치는 다이나믹한 사연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보편적인것은 무언지 모르겠다. 영어로 하자면 universal인데 그 단어의 유래가 유래인 만큼 보편적인 것은 어찌 정의할 수 없을정도로 광대하다.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내가 아무리 지랄발광 난리 부르쓰를 땡겨도 그건 이 우주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는 그야말로 '지랄'일테니까. 그러므로 어쩌면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들은 다 보편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는것도 그것 참 보편적인 일인 것이다. 이 병신아.

3. 난 참 '보편적인건 싫소' 하면서도 그 보편적인걸 나도 모르겠고 생각해보니 더 모르겠는게 보편적인 것이다. 오직 하나 아는게 있다면 '보편적인 노래'는 나에게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 

4. 생각만 많은, 행동결핍장애는 어디서 상담 받아야되는 것인가. 무릇 잉여가 넘치는 요즘 시대에 나의 이 찌질함도 보편적인 것일까. 아 그렇다면 너무 싫다. 어디선가 누군가들이 나처럼 잉여rous한 삶을 산다면 질투가 나 견딜수가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결론은 쉬는 날 끝.


책 한 장, 글씨 한 자, 쓰지 않은, 여느 때와 같은 버러지 같은 일상이다.


근데 난 지금 무얼 지껄인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