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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쉬는 날. 본문
쉬는 날은 쉬면 않된다. 11시~12시 사이에 일어나 대충 운동을 하고 밥을먹고 컴퓨터를 좀 하면 금방 출근 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해서 요즘의 내 하루는 반토막이다. 자거나 일하거나. 혹은 먹거나.
일찍 잔다는게 또 새벽 3시 30분을 넘겼다. 일찍 일어난다는게 눈을 뜨니 10시. 침대에서 헤롱헤롱 대다보니 어느새 10시 반. 누구는 일어나자 아무것도 못먹는다지만 니들이 일해봐라. 뼈속까지 사무치는 허기짐에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 꾸역꾸역.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말다툼. 결국엔 원점인데 해답은 알 길이 없다. 일단 내가 문제인건 확실하다.
다시 자려다가 '언제까지 이 따위로 살텐가'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대충 세수만하고 아는 형님이 알려준 그럴싸한 카페로 향했다. 무슨 일인지 지하철은 느리적 느리적 가질 않았다. 뭐라고 방송은 해대는데 이어폰을 빼기가 싫어 가만히 앉아있다 딥수면.
정신을 차리고 환승후 스파다이나에 내려서 그 까페를 찾았다. 안으로 들어갈까 파티오에 앉을까하다 파티오에 앉았으나 담배연기 때문에 다시 안으로 옮겼다. organic coffee가 겨우 1.65달러. 팁까지 2달러. 커피 맛은 잘 모르나 팀홀튼 커피보단 훨씬 낫았다.
써지지 않은 글을 억지로 끄집어내 보다가,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다가, 다시 글을 쓰다가를 반복했다.
좀 기분이 나아질 줄은 알았는데 여전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똑딱이로 찰칵찰칵 찍어대는 모양새는 모냥 빠지는 관광객 같아 보일까봐 꾹 참았다. 어쩌면 이게 dslr과 똑딱이의 차이가 아닐까.
던다스 스퀘어에서 하는 공연을 보려했으나 어째 기분도 영 좋지않고 또 서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왔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속 든든하게 뭘 좀 먹고 싶었으나 어딜 둘러도 빵조가리 피자쪼가리 이상한 고기 쪼가리. 아무 국밥집에 들어가 순대국에 들깨가루 잔뜩 붓고 깍두기 국물 좀 부어준후 청양고추 풀고 공기밥 흔들어 투하시킨 후 야무진 겉절이 김치와 한숱갈 떠 먹으면 우울함이고 지랄이고 다 개소리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있을리 만무.
뭘 좀 사려고 마트에 갔으나 역시나 여느때 처럼 마뜩찮다. 상품은 몇 천가지는 족히 되보이지만 먹을만한게 없고 마땅히 뭘 만들어서 뚝딱뚝닥 해먹고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빵쪼가리 과자 몇 개, 햄 몇 개는 집에 있으니 그걸로 되는대로 먹으려고 집에 돌아와 마늘빵을 굽고 과자를 씹고 맥주를 홀짝이며 영화를 보다 선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여자배우가 남자배우의 다리를 톱으로 썰고 있었다.
페이를 받으면 좀 더 나아지겠지 했던 기분은 여전히 밑바닥을 기고있다.
1000달러 만큼 땀을 흘렸지만 그 보다 더 뭔가를 잃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