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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피커를 샀다. JBL 어센틱 5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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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피커를 샀다. JBL 어센틱 500.

영원한 화자 2025. 6. 10. 15:28

낯뜨겁지만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Music is my life라는 말에 음 그렇지, 하고 고개글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미국인 조차도 모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제 3세계 음악까지, 힙합부터 재즈까지. 정말 닥치는 대로 들었고 열심히 즐겼다. 그때 가졌던 로망중 하나가 결혼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는 거였다. 그땐 또 지금처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나 제반 인터넷 환경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커와 턴테이블, CD 플레이어 같은걸 근사하게 꾸며놓고 싶었다.

그러나 다들 뭐 그렇듯이 생업전선, 사회 생활에 뛰어들면서 음악과는 멀어지게 됐다. 멀어졌다기 보단 항상 듣는 음악, 20~30대를 보냈던 음악만 듣게 된다. 새로운 음악은 낯설고 시끄럽고 또 예전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새로운 뮤지션과 노래들을 탐닉할 수 없게 됐다. 사회 생활을 하니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기 때문이다. 나이듦과 취미나 기호에 대한 애정은 반비례 하는 것일까나.

2년 전쯤일까. 친구 부부와 제법 고가의 풀빌라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모든 집기들이 좋았는데 가장 놀랐던게 바로 스피커였다. 제네바 L 제품이었는데 연결하자 마자 이마를, 아니 부랄을 탁! 치게 만드는 소리였다. 디자인도 음질도 너무너무 맘에 들어 하나 들일까 찾아보았더니 가격은 너무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손이 나가지 않는 가격이지. 그렇게 제네바를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아주 가끔 번개장터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몇주 전 JBL에서 출시한 어센틱500이라는 스피커를 알게됐다. 음질에 대한 극찬도 극찬이지만 적당한 디자인에 한 조에 50만원 선이라는 가격도 제법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오호라. 그때부터 리뷰를 찾아보니 평이 꽤 좋았다. 2조를 사서 스테레오 구성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허락보다 용서가 더 쉽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내에겐 슬쩍 언지만 주고 한조를 냅다 결제했다. 스탠드까지. 산책을 나갔다 잠이 든 둘째만 데리고 귀가를 해서는 도착한 스피커를 부랴부랴 설치하고 노래를 재생했다. 심금을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였다. 가장 좋아하는 힙합음악을 틀어놓고 볼륨을 높였더니 이러다간 우리집에서 반상회를 할 거 같아 볼륨을 많이 줄여야 했다. 스펙상 120W의 출력이라더니. 전체볼륨에 30%만 올려도 너무 커서 줄여야 되는 수준이다. 아래로 향하고 있는 우퍼의 성능도 꽤나 좋은지 쿵쿵 때려주느 베이스 킥이 사실 집에서 듣기에는 너무 미안한 수준의 타격감이다. 결국 전용 어플로  EQ 에서 저역대를 절반으로 줄였다. 그외 해상도나 음질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이 정도 수준의 스피커를 언제 들어봤던가..

공용주택에서는 사용하기에는 정말 차고 넘치는 스펙이다. 집에서 보다는 카페같은 상업공간에서 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또 200을 사기엔 좀 그렇고, 300을 사자니 포터블로 쓸 일은 없고, 500 안 산걸 후회할 것도 같고. 어차피 평생쓸껀데 에라모르겠다 500으로 고고. 그리고 결국 한 조를 더 주문했다. 스테레오로 들으면 10배 더 좋아진다는데 기대된다. 아쉬운건 애들이 어려서 스탠드에 멋지게 설치하지 못하고 울타리 안에 구석에 몰래 설치해놨더랬다. 애들이 다 크면-그 전까지 멀쩡하게 있겠지?- 멋진 AV 시스템으로 바꿔놔야겠다. 큰맘먹고 산 85인치 티비도 애들때문에 틀지도 못하고 있다는 슬픈 사실. 암튼 대만족 어센틱 500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