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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읽은 책 몇 권. 본문
1. 왜 주식인가. 존리
現 메리츠 자산운영이 대표이자, 코리아 펀드, 기업지배구조 펀드로 잘 알려져 있는 존리 대표의 책이다. 제목 처럼 왜 주식투자를 해야하는가,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박경철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가 상당히 세세하고 분석적이라면 존리의 책은 쉽고, 친절하다. 그러면서도 날카롭다. 한국 주식시장에 팽배해 있는 비합리성-존리의 입장에서 볼때-을 지적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며 한국 기업들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조건들을 기술했는데,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 경제, 재벌기업 등을 분석한 것이 신선하면서도 곱씹을 만한 대목이 많았다. IMF 이후 경제개혁의 '피로감'은 외국 투자가들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되는 사례(론스타와 외환은행, 소버린과 SK 최근의 엘리엇과 삼성까지)로 표출된다는 해석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나는 이 '개혁의 피로감'에 대해서 진보정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지만) 10년 동안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피로감이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10년을 초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부 격차의 심화가 '먹고 살만했던 향수'를 일으켰고, 인구학적 변화가 합쳐져 2016년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고나 할까.
존리가 주장하는 '장기투자'는 사실 개인이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지만 그의 투자에 대한 신념과 아이디어는 투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해 메리츠자산운용의 코리아펀드가 수익률 20%를 기록한 것으로 그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존리 대표의 한국에서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듯.
2.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대한민국에서 말과 글로 그에게 필적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군대에 있을 때 유시민이 대학생때 쓴 '항소이유서'를 읽으며 충격받았던게 생각난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몹시 유시민스러운 책이다.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제목 그대로 한국 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다룬 책은 특유의 고루한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아 읽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책 전체에 참기름을 바른듯 후루룩 읽힌다. 읽기 편한 역사책이라고 해야겠다. 읽기 쉽다고 가벼운 책은 절대 아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자신의 한계를 가리기 위해 현학적 표현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논하는 주제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을 때 타인이 읽기 쉬운 글이 나오는 법이다. 이 책은 그런 쉬운 글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
한동안 역사는 내 관심 밖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국사와 근현대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공부로 쌓은 지식들은 내 머릿 속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광해, 사도, 암살-를 볼 때는 내용을 따라잡기가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부끄러운 경험이다. 역사에 관한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기시미 이치로
2016년을 흔들어 놓은 책이라고 해야될까. 처음엔 '힐링'류의 책이라고 생각하며 고만고만한 자기계발서로 치부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아 읽게 됐다. 결론은 추천! 요즘은 이런 책을 좋아한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책이거나, 내가 전혀 알지못하는 분야의 책. 이 책 또한 거의 사회통념으로 자리잡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나온 해석들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들러 심리학'이다. 전혀 생소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 놓았다면 지금처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텐데,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식으로 구성돼 독자가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 베스트 셀러가 된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특히 상식을 뒤엎는 내용에 격렬히 항의하는 '청년'에 일정 부분 독자가 이입할 수 있는 구석도 있어 책의 몰입도를 높히고 있다. 이 책의 영향으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책이 상당히 많이 발간되고 있다. 내용은 눈에 띄는 몇 권을 더 읽어본 뒤 한 방에 정리하기로. (사실 줄쳐놓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 귀찮음.)
4.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이것도 워낙 화제가 되서 호기심으로 읽어 본 책. 읽는 내내 '거참 더럽게 심술궃구만' 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오베의 '츤데레'함에 반하게 됐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뭔가 울퉁불퉁한 느낌이 있는 번역만 아니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듯.
5.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
종이달은 정신적 공허를 물질로 채우려는 사람들의 파국을 다룬 작품이다. 무서운 것은 이게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더 무서운 것은 소설 속에서 90년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것들이 한국의 현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산와머니,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핑크머니 등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서서히 한국을 잠식하고 있다. 작품 안에서 등장인물들을 몰락케 한 '소비자 금융'회사들이다. 문득 요즘 대세인 육아프로그램이 아이를 가진 사람들의 경제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생겼다. 티비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궐같이 큰 집에서, 좋은 것을 먹고 있는데, 그에 비해 초라해보일 수 있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의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은 지나친 비약일까. 작품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요즘은 자본주의에서의 물질의 의미, 속물주의(snobism) 같은 걸 자주 생각한다.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정치학 공부에 매몰돼 뭔가 정신적인 만족을 얻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사회로 나온 순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남보다 더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본다. 나도 똑같은 자본주의의 노예라고 생각하며 자조한다. 그러다가도 정신적 만족을 얻는 삶, 달리 말하면 물질에 초월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배고플게 아닌가, 집은, 내 자식들은, 만약에 가족들이 아프면 등등등 '물질'이 막대하게 투여돼야 하는 상황들을 생각하며 물질적 어려움을 겪느니 속물이 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