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크레마 카르타 리뷰. 본문

이것 저것/잡것

크레마 카르타 리뷰.

영원한 화자 2015. 12. 25. 19:40



드디어 크레마 카르타를 샀다. 논문과 전자책을 보기 위해 아이패드 레티나 버전을 샀었고, 나름 잘 써먹었다. 그러나 휴대하고 다니면서 책을 읽기에는 크기가 너무 컸고, 결국 아이패드 미니2로 넘어갔다. 휴대성은 향상됐지만 문제는 나의 눈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오후만되면 빨갛게 충혈되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붙들고 몇 시간씩 책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아이패드는 집에서 TV를 보는 용도나 가끔 잡지를 읽는 도구로 전락했다. 하루빨리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와 킨들도 한글 지원이 되고, 한글 컨텐츠가 많아지길 만을 바라왔다.


그러다 리디북스 페이퍼와 크레마 카르타의 출시가 꽤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북 리더기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제조사의 난립과 컨텐츠의 부족 때문에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리더기의 소프트웨어 안정성에 대한 원성(?)의 글도 많아 아직 한국에서는 시기 상조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리디북스 페이퍼와 크레마 카르타에 대한 분위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기의 완성도나 어플의 안정성이 상당히 향상된 느낌이었다. 후기도 악평보다는 '괜찮다'는 평이 많았다. 리디북스는 컨텐츠와 어플의 쾌적함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 많았고, 크레마는 기기의 완성도와 열린서재 기능이 좋아보였다.


결국 나는 크레마 카르타를 선택했다. 선택한 이유는


첫번째, '열린서재' 지원


 열린서재, 즉 크레마 카르타 안에서 다양한 이북 공급사의 컨텐츠를 이용가능하다. 이전에는 이북을 구매한 해당 공급사의 컨텐츠만 이용가능했지만 카르타 안에서 모든 이북 공급사들의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리디북스 페이퍼에서도 가능했지만 '루팅' 작업을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두번째, 완성도와 물리키

 

 리디북스 페이퍼는 기기의 마감과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꽤 있었다. 나느 전자제품 구매에 있어 마감상태에 좀 민감하기 때문에 카르타를 선택했다. 또 리디북스에는 물리키가 있어 편리하다고 하는데 마감고 완성도가 썩 좋아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리키의 내구성도 사실 의심이 갔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끊임없이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수천번, 수만번의 눌림 작업을 견딜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들어 결국 물리키가 없는 카르타를 선택했다.



* 크기/무게


 - 세로 163mm, 가로 114mm, 두께 8mm. 다른 제품을 써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사용하기에 편한 수준이다. 다만 나는 손이 작아 한손으로 가로로 넓게 잡기에는 살짝 크다. 베젤만 좀 줄여주면 휴대하고, 파지하기에 정말 편할듯. 케이스 착용/미착용 시 모두 잠바나 코트 주머니에도 들어갈만큼 작다. 책을 가지고 다니기 위해 항상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요즘은 잠바 주머니에 이북과 지갑만 넣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게도 182g이니 뭐 가벼워 부담이 없다. 다만! 케이스가 맘에 안든다. 쓸데없이 두껍고, 무거워 휴대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충분히 더 가볍고 슬림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돈주고 살 정도로 메리트가 있지 않다. 카르타 패널의 내구성이 약해 케이스를 꼭 끼는게 낫다고 하지만 차라리 가방에 안전하게 넣어놓기 위한 적당한 파우치가 낫다고 본다. 킨들 파우치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적당한걸 하나 사서 휴대하면 될 것 같음. 나도 알리에서 하나 구매해서 기다리는 중.









* 사용소감


 -  눈이 편하다! 이북이지만 라이트를 켜면 광원 때문에 눈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대체로 라이트를 끄고 사용한다. (그러나 아이패드보단 여전히 덜 부담스럽다.) 라이트를 끄면 거의 종이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인들한테도 보여줬을 때도 첫반응은 '완전 종이책이랑 똑같네'였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DPI가 카르타나 페이퍼의 300 DPI보다 좀 낫다는데 텍스트만 보기에는 그것도 충분히 차고 넘칠것 같음. 만화책도 비율의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충분히 읽을만하다. 그러나 글자가 많이 나오는 만화책일 경우 아이패드로 보는게 훨씬 편하다. 


 - 메모, 밑줄 긋기가 불편하다. 특히 어플의 속도가 느린 출판사일 수록(교보어플이 최악이다)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데 버벅임이 심하다. 액정터치 인식이 섬세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자를 치는데 엄청난 오타가 발생한다. 메모는 아예 그냥 옆에 노트를 놔두고 손으로 적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줄을 많이 치고, 메모를 많이하는 나에게는 이런 점에서 이북 단말기 사용이 독서의 재미와 효용을 일정부분 반감시킨다. 편의성과의 트레이드오프니 뭐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종이책 구매가 줄었다. 책은 이사를 거듭할 수록 늘고 늘어, 이제 더 이상 늘리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북 덕분에 종이책 구매를 자제하고 있다. 공부를 위한 책, 의미가 있는 책은 구매를 하는 편이나 상당 부분 이북으로 읽는 것으로 대체중이다. 책이 차지하는 공간/부피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당신은 종이책과 이북을 모두 다 사겠지.....


 - 독서량이 늘었다. 주로 내가 사는 책은 무거운 책들, 공부해야 할 책들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 보니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책의 기세에 눌려 읽지 못하고 모셔두는 경우가 많다. 이북을 사고 바로 교보 샘을 신청해서 한달에 3권짜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가볍게 읽을 책들을 많이 읽게된다. 뭐 순기능이라면 순기능. 독서에 있어서는 질과 양 모두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정신승리.


 - 휴대성, 편의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북은 충분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책의 내용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종이책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종이책이 '깊은 독서'라고 한다면 이북은 '얕은 독서'랄까. 정보의 습득과 기억(?) 측면에서도 종이책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실제로 이북으로 정보습득을 위한 독서를 했을 때, 메모 및 정리하면서 집중해 읽지 않으면 책을 다 읽었어도 내용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자면 종이책을 읽었을 때 이 내용이 책의 대략 어느 부분 어디에 있었고, 어떤 맥락에 있었다는 일련의 흐름과 함께 정보를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전자책은 이런 경험(책의 질감, 두께,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정보가 물리적으로 고정돼 있는 위치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런지 책에서 읽은 정보가 흐릿한(?) 경험이 있다. 사람이 정보를 습득할 때 그 정보를 경험할 때의 주변 환경, 분위기, 맥락같은 요소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전자책 때문에 종이책 시장이 망한다는 건 어불성설일 것 같고 오히려 두 시장이 양립하며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함. 개중에는 두꺼운 책을 사놓고 휴대성 때문에 전자책을 동시에 사는 사람도 있고 하니. 여튼 가벼운 독서를 하기에 이북의 활용은 절대적으로 옳다. 덕분에 요즘 읽는 속도를 정리하는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내년엔 더 가열차게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