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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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여행할 권리

제주도 1일차.

영원한 화자 2015. 11. 11. 01:18

여행의 시작은 폭풍 손절매.

맘 편하게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코스피는 2000 밑으로 쳐박았다. 굿좝.


비행기 시간은 12시 40분. 원랜 9시 30분쯤에 집을 나서려 했건만 늑장부리기는 필수지. 그러다 또 맘이 조급해져 허겁지겁 10시반에 집을 나섰는데 집에서 김포공항까진 50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유롭게 라운지 입성 후 점심으로 과자와 음료수를 폭풍 흡입. PP카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난 이걸 갱신할 일이 없겠지..



회사다닐 때 출장은 두 번 갔는데 비행기는 20번 정도를 타서 비행기 타는게 새롭지 않았다. 다만 라운지에 먹은 음료수, 커피, 물의 영향으로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비행기 이륙.


클리셰같은 이런 사진. 근데 왜 난 비행기만 타면 왜 매번 날개 근처인가. 원래 제주도행 비행기엔 이렇게 애들이 많은건가. 뒷좌석에 앉은 꼬마 녀석이 비행 내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선잠을 잤다.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내 옆자리는 매번 이렇게 빈다. 아이고 편해라. 



제주도에서의 첫 끼는 올래국수. 난 여자친구 말을 듣고 간건데 알고보니 수요미식회에도 나왔었다. 3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도 15분 정도 기다렸다. 가격은 7000원. 나쁘지 않았으나 좀 짰고, 면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국물은 굳. 든든하게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출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투숙객은 나 혼자. 비행기에서도 옆자리에 아무도 없더니 4인실 도미토리 룸에도 나혼자다. 혼자하는 여행인줄 알고 뭐 이렇게 또 준비를..


함덕해변 서우봉 초입 푯말. 



날씨가 구렸다. 어제 그제 비가 오고 흐리더니 오늘은 무슨 엄청난 중국발 스모그. 거기에 바람은 왜이리 세찬지. 설레는 맘으로 카메라까지 샀는데.


그래도 바다를 보니 좋았다. 



찬바람으로 귀싸대기를 맞았으니 저녁은 뜨끈한 굴국밥. 굴이 탱글탱글한게 얼마나 싱싱한지 특유의 비릿한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려 6천원.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와서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다시 봤다. MBC와 노홍철은 복귀를 위해 최악의 수를 뒀다는 생각이 문득. 노홍철에게 반감은 없지만 복귀작으로 그 프로그램을 택했을 때 없던 반감이 생겼다. 부르주아가 프롤레타리아인척 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금수저가 흑수저인척 하는거랑 뭐가 다르냐고.


말이 다른데로 샜지만, 영화를 다시 보니 또 느끼는 바가 많다.


나름 긴 여행을 시작했다. 남미여행을 하던 때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땐 참 무슨 용기로 그렇게 다녔는지 오늘 여행하는 내내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내일 점심은 회국수, 점심은 흑돼지 고기를 먹을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