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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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ijuswanaseing

외근.

영원한 화자 2015. 7. 20. 22:44

서울스퀘어, 아니 대우빌딩으로 외근을 갔다. 매번 바라보며 혹은 우러러보며 지나던 그 빌딩을 들어갈 일이 있다니. 주눅들지 않으려 했지만 거참 건물 좋아보이더라. 입주해 있는 회사들은 모두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그런 회사들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니 한창 즐겨보던 드라마 미생 관련 전시물들이 있었다. 팀장과 시덥잖은 몇 마디를 나누고 만나기로 했던 업체로 올라갔다. 내 핸드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틀어막고, 엘리베이터 올랐다. 삼복더위에 다크네이비 정장에 넥타이까지. 육수는 연신 이마에서 줄줄 흘렀다. 미팅이 끝났다. 대기업 직원이라 그러진지 어쩜 메모를 깔끔하고 정갈하게 하는지. 반듯한 글씨에 감탄하고 자로 대고 그은 듯한 여러 표를 보며 놀랐다.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커피와 케익을 먹으며 팀장의 시덥잖은 농담과 욕지거리를 듣고 헤헤 웃는척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했다. 오랜만에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세수만하고 토익책을 들고 카페로 나왔다. 이번주 일요일엔 토익 시험을 보고 다음주 일요일엔 오픽시험을 본다. 대기업이 뭐 대수냐, 라고 하겠지만언제나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겐 자랑스러움이 되고 싶었다. 그게 좌절되던 첫 순간이 대학이었고, 두 번째는 취업이다. 둘 다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중요한 것들이다. 대학도 뭐 그럭저럭, 취업도 뭐 그럭저럭. 그럭저럭한 인생은 내가 그럭저럭한 인생을 살아서 그런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래도 그럭저럭 남들보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대우빌딩에 씌여있는 '더할나위 없었다'라는 말을 내 자신에게 할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그런걸 해본 것 같기도한데.


느닷없이 토익공부하러 온 카페에서 오늘은 뭔갈 끄적여야겠다 하고, 노트북을 펴 놓고는 주절주절 또 그럭저럭 쓴 일기를 적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