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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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ijuswanaseing

3월 14일.

영원한 화자 2014. 3. 14. 02:16


 인턴을 하고 있을때 취업난에 힘들어 하던 친구들에게 내가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해라, 노력하면 뭐든 되겠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그래도 자신감 갖자.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안되면 자신감이라도 갖고, 노력을 해야지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라고 속으로 친구들을 힐난하기도 했다.


 나는 요즘 무기력과 불안함과 열패감에 젖어 살고있다.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말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위로와 격려라고 뱉은 나의 그 몇 마디 말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공허했던가. 그때의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무얼 하든 자신감에 넘쳤고, 넘치고자 노력했던 나도 계속되는 실패와 알 수 없는 미래 앞에 무기력하기만 하다. 취업에 관한 것을 잊고 있다가도 집에 오는 길에, 운동을 하던 찰나에, 글을 쓰던 순간에, 공부를 끝내던 말미에 '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엄습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살았지만 20대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정말로 벼랑 끝에 선 느낌이다.


 무기력감에 요 몇 일간을 허송세월했다. 운동을 다녀와 밥을 먹으며 뉴스를 봤다.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패럴림픽 스키 종목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다리 하나로 혹은 한 팔이 없는 채로 스키를 타는 선수들을 보자 울컥 울음이 솟았다. 사지육신 멀쩡한 내가 무기력과 패배감에 쩔어살던게 죄스러웠다.


 풀어진 정신상태를 어떻게 다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바쁘게 살아야 생기가 도는 나니까 없는 일이라도 만들고, 밖으로 나가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