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소설 3권. 본문

사사로운 공간/읽다

소설 3권.

영원한 화자 2014. 2. 17. 01:03



혀끝의 남자

저자
백민석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3-1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제 큰일이 일어날 참이다._문학평론가 김형중 한국 소설에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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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는데 나는 지난 해 말 처음 백민석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가 가장 인기(?)를 얻었을 가 90년대 말쯤엔 내가 너무 어렸던 것 같다. 그때 난 삼국지나 장길산(좀 야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샀을 법한 하이틴 소설을 몰래 읽거나, 유명한 판타지 소설을 탐독했을게다. 뭐 여튼 지난해 말 가장 많이 회자됐고, 그래서 기대하던 책중 한 권이기도 하다.

 표제작은 도무지 나의 짧은 식견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평론가 조모의 말처럼 인도여행기+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외의 폭력의 기원, 재채기 같은 단편들은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그의 귀환을 환영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명확한 서사와 재미있는-슬프든 기쁘든 비극적이든 간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확 다가오진 않았다.




야만적인 앨리스씨

저자
황정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재작년 가을에 오사카를 방문했다가 한신백화점 지하보도에서 여장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어쩌면 소설이라기보다 한 편의 산문시를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서너 글자로 끊어지는 대화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황정은만의 표현법과 어휘 선택은 다분히 시적이다.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라는 평범한 구절이 주는 서늘함이 계속  맴돈다. 책을 다 읽고 끼적거린 연습장엔 '절망과 어둠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책. 세상의 씨발됨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드러낸다'라고 적었다. <파씨의 입문>을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주인님 나의 주인님

저자
전아리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2-11-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가학과 피학의 충동으로 일그러진 인간 본성, 폭력의 미학과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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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갑내기라는 것을 알고나서 꾸준히 찾아 읽는 작가 전아리. 언제나처럼 그녀는 능숙한 이야기꾼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언제나 늘 무거운 이야기로 찾아온다 점. 작가가 이 책의 주제가 '폭력'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재밌게 읽는 와중에도 그것을 단숨에 소화 하기란 쉽지 않았다. 읽고나면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특히 이 책에서는 여려보이는 이 친구(!)의 머릿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궁금해지는 아찔한 대목도 있었다. (물론 음울하거나 무거운 주제가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또 하나는 무릎을 탁치게 하거나 가슴을 찌르르하게 만드는 뭔가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김연수와 박완규의 글들을 읽고나면 글의 길고 짧을 떠나 가만히 몸과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이유는 감동일 때도 있고, 자각일 때도 있고, 반성일 때도 있고, 두려움 때문일 때도 있다. 전아리의 책은 그 누구의 책보다 재밌고 즐겁게 읽지만 그런 점이 없어 아쉽다.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것이 어쩌면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륜'에서 뭍어나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해결해줄 일! 그래서 언제나 신간이 기대되는 작가다.


p.s 참기름 드립과 몇몇 장면에선 아 나도 그녀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구나라는 것을 자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