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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여행할 권리

느닷없는 뉴욕 여행기.

영원한 화자 2013. 12. 10. 02:00

토론토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팔자에도 없던 뉴욕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 뉴욕을 방문했던 건 남미여행의 시작점인 에콰도르의 끼또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위해서였다. 첫 방문때는 남미로 떠나기 전 보스턴을 잠깐 여행했기 때문에 버스를 갈아타거나 JFK로 가는 지하철을 탄 것 외엔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두 번째 방문은 남미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뒤였다. 45일 간의 남미여행을 끝내고 토론토로 돌아와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나는 다시 뉴욕으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참 좋은 시절이었다.


토론토에서 10시간을 달려 처음 내렸던 곳은 다운타운이었다. 기억하기로는 꽤 여러개의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었는데 이름이..... 두리번 거리며 길을 걷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지나는데 왜이리 소름이 돋던지. 그 때 나는 의무적으로 이 음악을 틀었다.






 그때의 그 전율이란. 대략 중학교 1학년?때부터 힙합음악 애호가로 자라 온 나에게 뉴욕은 유토피아 같은 곳이었다. 온갖 트렌드와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 군산 촌놈이 뉴욕에 있다니!!! 귀에선 제이지의 Empires State of Mind가 나오고 있었고 발걸음이 꼭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5박 6일?의 여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내가 또 언제 여기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오전 11시쯤 나가 밤 12시에 돌아오는 미친듯한 강행군이었다. 어느 날은 한인민박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새벽에 3시 넘게 자는 바람에 대여섯 시간 자고 나오는 날도 있었다. 심지어는 끼니도 걸렀다. 유명한 곳에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야 했는데 그게 좀 아쉬운 여행이었다.




호스텔에 묵던 사람들이랑 모마에 가기 전 이런 쌀국수를 먹었다. 엄청 유명한 곳이라던데 막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고, 그냥 아 맛있다. 이정도.



유명한 곳이라니 아쉬운 마음에 한 컷 찍어보았다. 쌀국수를 파는 공화국!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곳이지만 역시 뉴욕하면 MoMA를 빼놓을 수 없을게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책으로만 보던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를 가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그림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볼 때였다. 유사한 색채들로 이루어진 곡선에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달까.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 원본이 갖는 권위를 느꼈다고 하면 좀 재수없을지 모르지만 정말 그 앞에서 홀린듯 서 있게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잭슨 폴록의 작품 앞에서 '이게 그림이냐' 반문하다가도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과 어지럽게 흩뿌려진 물감을 보고있자면 또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도 기분이 묘해 이토준지의 소용돌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미술관의 구조자체도 멋지다. 어디서 뭘 찍든 그야말로 그림이 된다. 이 날은 추적추적 봄 비가 왔는데 내 인생 역대급 사진 중 하나를 여기서 건지기도 했다.





  두 달여 간 찍었던 사진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 인도 쪽의 알록달록한 우산들이 잘 잡혔다면 더 예뻤을법 했지만 유리로 막혀있어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 날 나는 MoMA를 공짜로 관람했다. 같이간 일행중 현대카드를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정된 요일 현대카드 소지자는 동반 1인(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까지 무료관람이 가능했다. 현대카드 콘서트랑 이건 정말 좋은 거 같다. 


이 날 일행을 보내고 나는 3~4시간을 미술관 안에 있었다. 여기에 언제 또 와보랴..하는 뽕뽑자식 마인드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나오자 비가 그쳐있었다. 일행에게 근처에서 파는 할랄푸드가 엄청 맛있다는 얘길듣고 그걸 맛 볼 요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지나지 않아 할랄푸드를 파는 트럭이 보였고 하나를 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 핫소스 넣어주냐 길래 그래 뿌려줘, 라고 했던게 화근이었다. 그 핫소스는 우리가 흔히 하는 그 핫소스가 아니었던게벼.


딱히 먹을만한 데가 없어 두리번거리다 근처의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그래 뉴욕하면 센트럴파크지, 요딴 생각에 룰루랄라 공원으로 향했다. 도심에 이런 거대한 공원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안에 들어가면 여기가 도시인가 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 막 뉴요커들 이어폰 꽂고 런닝하고 막 난리도 아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적당히 인적이 없는 벤치에서 산 음식을 꺼내고 흡입을 시작했다. 한 입을 먹고 나는 불을 내뿜었다. 핫소스가 말 그대로 핫소스였다. 한국에서도 맛본적 없는 매운맛. 이 새끼가 뿌려주면서 히죽 웃더라니. 근데 이걸 덮밥소스 마냥 착실하고 꼼꼼하게 뿌려놔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버리긴 아깝고, 또 맛은 있고, 먹자니 미친듯이 맵고. 결국 슬쩍슬쩍 윗부분을 걷어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먹기 시작했다. 먹는 도중 간간히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아마 노숙자인줄 알았을꺼다. 머리는 덥수룩해서 땀 뻘뻘 흘리며 은박 도시락에 담긴 뭔가를 퍼먹는 동양인이라니... 나에게 화끈한 맛을 선사해준 자식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뜨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책 시작. 머무르는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하루를 다 보내도 좋겠다 싶을만큼 좋았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려 5번가로 향했다. 나랑은 눈꼽만큼의 인연도 없는 온갖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에 놀라며 거리를 걷던 도중 애플 스토어 발견! 앱등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사지도 않을꺼지만 상징적인 공간이니 맥북과 악세사리를 만짐만짐 하다 나왔다. 


이후 일정은 브로드웨이에 간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 이 시간에..가 아닌 언젠가.


New York
Concre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h
There's nothing you can’t do
Now you’re in New York
These streets will make you feel brand new
Big lights will inspire you
Let's hear it for New York


앨리샤 키스 누나의 훅은 정말 내가 느낀 느낌 그대로였던듯.

언젠간 내 부인과 내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갈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