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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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ijuswanaseing

고맙습니다.

영원한 화자 2013. 7. 22. 02:32

  군 제대후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다. 이 새끼 참 열심히 살았네 혹은 그런 일도 했나? 싶을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침 8시까지 가야된다는 것을 빼면 사무실에 앉아 계산만해주고,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고, 미드를 봐도 되는 그런 땡보 알바였다. 천주교 관련 건물이어서 그런지 방문하시는 손님들도 점잖으셨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참 좋았다.


 그중에서도 인상깊었던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다.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미사가 끝나고 다시 차를 빼서 나가실 때면 공손하게 주차권을 두 손으로 주시고 열쇠를 받아가셨다. 가끔 당신이 받으셨던 떡이나 과일같은 간식을 나에게 먹으라고 주고 가시기도 했다. 한사코 사양해도 온기가 채 식지 않은 떡을 내 손에 쥐어주고 가셨다. 그리고는 항상 내가 차 키를 드릴때도, 주차장에서 빠져나가실 때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그 때 그말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후로 난 어디에 가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꼭 하려고 노력한다. 편의점이든 식당이든 내가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다던지 수고하시라는 말을 건넨다. 별게 아닌거 같지만 주차장에서 일을 하며 그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가 사소한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는 갑의 입장이래도 그 사람과 나는 동등한 인격체이며 내가 지불하는 경제적 가치와 관계없이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건 마땅하다.


 얼마전 대학 은사님과 식사를 하며 큰 도움을 받았어도 감사의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고맙다고 말 할 때를 놓치면 멋쩍고 쑥쓰러워서 쉽게 감사를 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그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속이 뜨끔하면서 혹시 나도 그랬던 적은 없나 반성을 했다. 근데 따져보니 나도 그랬다. 얼마전 누군가에게 공부하는 시간까지 쪼개서 조언을 해주고 정보를 줬더니 지가 묻고 싶은 것만 묻고는 소식이 없다. 대가를 바랬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진심을 담아서 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 말 한 마디면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이렇게 저렇게 더 알려주고, 더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그럴 맘이 싹 사라졌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사소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이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큰 보람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