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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책 수집가. 본문
하는 일 없는 인턴이라지만 하루는 고되다. 일이 고되다기보다 하루를 살아내는 게 고되다고 해야될까. 아님 출퇴근 길이 고되다고 해야될까. 6시반에 일어나 저녁 7시반 혹은 11시(학원갈 때ㅠㅠ)가 넘어 도착하는 일과는 인턴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넘어도 적응되지 않고 여전히 고되다. 그것을 핑계로 나의 독서생활은 제자리를 멤돈다. 작정하고 책을 읽어제낄 땐 한 달에 10권씩 읽고 배를 두드리며 뿌듯해하곤 했는데, 이젠 작정하고 읽어야 한 달에 5권을 넘을까 말까.
지난해 말부터 책을 너무 못읽었다는 걸 자각하고 읽어댔지만 대다수가 국제정치나 경제관련된 서적이라 근 몇 달 간은 일부러 문학만을 골라 읽었다. 김애란과 김연수의 신간과 심보선의 시집을 사서 일부러 곁에두고 읽었다. 그랬더니 느는 건 왜 그들처럼 사고하고 쓰지 못하느냐는 열패감뿐. 그럼에도 한 문장 한 문장에 감탄하며 타고나지도 못했고, 길러지지도 못한 문학점 감수성에 불을 붙였다.
머릿속엔 쓰고싶은 것들 투성이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증발하는 문학적 감수성과 아이디어와 티끌만큼 있을까 말까한 재능. 내가 뭐 그렇지 하며, 복부지방에 하등 이로울 것 없는 과자와 맥주를 주어넘기며 시시껄렁한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바보같이 껄껄웃다, 이러면 안돼, 라고 복창하며 늦은밤까지 책을 보다, '아, 일찍 잘껄' 후회하며 잠을 청한다.
요즘 토요일마다 종로에서 스터디를 하는데, 스터디가 끝나기 전후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집어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고싶고, 읽고싶었던 책이 반값 혹은 반에 반값으로 즐비해있어 갈 때마다 눈이 핑핑돈다. 집에 이미 읽지 않은 책이 한 무더기임을 알면서도, '술 먹는 것보다 낫지'라고 자위하며 몇 권 집어든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집구석은 곳곳이 책으로 가득찼다. 책장의 틈은 물론 침대와 옷장의 침대와 냉장고 위로 올려둔 수납장에도. 이렇게 책을 쌓아놓고 살면서 메인으로 읽는 책은 회사 자료실에서 읽는 변태적인 습성이란.....나 스스로 그런 행동을 이해 못하겠다.하하핳.
책을 사지 않는 게 올해의 목표다! 라고 말했지만 벌써 열댓권은 족히 산 것 같다. 다행히 서너권을 제외하곤 중고서점에서 산거지만, 그걸 또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군.
그래서 요즘드는 생각은 내가 독서를 좋아하기 보다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책을 사고, 책장에 꽂아두며, '아, 나는 적당한 양의 교양을 섭취하는 행위를 했다'고 안도하는 건 아닐까. 아님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읽고싶은 책을 못읽으니까 그 욕구를 채우기위해서 사는 건 아닐까. 여튼. 드럽게도 사댔다. 그러나 중고서점을 가지 않을꺼라고 장담은 못하겠다. 아직도 사고싶은 책과 사지못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사할 때 제일 귀찮은 게 책인 걸 뻔히아는데, 이사가기 전까지 10권은 더 사지 않을까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제 취미란에 '독서'라기 쓰기보단 '책 수집' 혹은 '도서 수집'이라고 써야될까보다.
어쨌든 이번 주말에도 난 한 자도 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