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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무취미의 권유 본문
무라카미 류의 동명의 책에서 옮겨 놓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별의별 취미가 참으로 많다. 수예나 산책, 정원 가꾸기, 컴ㅍ터, 요리, 스포츠, 애완동물 키우기 등 취미에 온갖 정보가 애호가뿐 아니라 초보자를 향해서도 쏟아지고 있다. 취미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다.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좋은 뜻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노인에게는 기득권이 있다. 오랜 세월 살면서 쌓은 지식과 기술, 재산과 인맥 따위가 그것이다. 노인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건 당연하다. 뭔가 뜻한 바가 있어서 아니면 한번 해버자는 심정으로 자신이 쌓아온 세상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환경으로 뛰어들거나 낯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노인들이 꺼리는 경향이 강한 이유는 그래서이다.
나는 취미가 없다. 소설을 쓰고, 영화와 쿠바음반도 제작하고, 전자메일 매거진을 편집하고 발행하지만 이는 모두 돈이 오가고, 계약서를 쓰고, 비평의 대상이 되는 '일'이다. 물론 나도 쉴 때에는 개와 산책도 하고, 스포츠센터에서 수영도 하며, 해외 휴양지의 해변에서 독서도 하고, 온천을 찾아가서 피로를 풀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취미라 할 수는 없다.
요즘 넘쳐나는 '취미'란 한결같이 동호회처럼 특정 모임에서 세련되고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을 카리키는 말로,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현실 속에서 성찰한다거나 변화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취미의 세계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건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늘 실의와 절말도 함께한다.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