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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본문
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20090216
요즘의 내가 가장 관심갖고 있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의 20대다. 하루키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시절'이라고 말했던 그 20대의 시간들 말이다. 그래서 부쩍 타인의 20대 이야기에 목말라했다. '우린 액션배우다'에서 열정 하나로 버텨나가는 스턴트맨들을 보고 감동했고, 유시민이 20대 중반에 쓴 항소이유서에 내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그런 찰나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게 됐다.
<청춘의 문장들>은 그가 20대를 회고하고 그 때 읽었던 문학작품들을 잘 버무린 에세이다. 여느 소설이 독자들에게 다소 힘든 부분이 있었던 반면 '청춘'의 에세이답게 곳곳에 풋풋함이 배어나온다.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심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글 머리에 쓰인 이 문장이 그가 '필연적 글쟁이'임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요즘 난 정말 뭘 잘할 수 있을까, 란 고민에 매몰되서 살고있다. 아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난 뭘 해 먹고 살아야될까, 라는 암울한 미래지향적 고민이다. 넌 뭐할거냐는 말에 '난 죽어도 회사원은 못한다.'고 뱉어놓기만 하고, 그냥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속편한 소리를 스물넷 쳐먹고 더 이상은 할 수 없지 않는가. 좋아하고, 잘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라지만 세상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한다면, 내가 그런 사람이되면 되지 않겠냐, 며 호기롭게 큰소리 치겠지만 이미 맘 한구석엔 온통 불안함 뿐인 20대의 나. "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만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힘들어도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는 의문이 솟구치는 일 따위에는 애당초 몰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역시 나를 대변할 사람은 김연수 뿐 인걸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해서 난 순순히 흔들리고 있다. 언젠가 나도 다른 꽃들처럼 줄기를 곧게 세우길 믿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