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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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ijuswanaseing

독서

영원한 화자 2011. 7. 14. 22:47
토익과 오픽공부를 핑계로 도서관에가서 폭풍 독서를 하고 있다. 1년 동안 책을 못읽었더니 읽어야할 게 산더미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잡히는 대로 읽고있다. 하루는 1000페이지가 넘게 읽었더니 눈앞이 핑핑. 이렇게 읽어대는 걸 내 뇌가 소화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읽고, 읽고, 또 읽고있다.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캐나다에 있던 1년을 제외하면-사실 그 때도 영문책도 읽고 한국 책도 구해다 아득바득 읽긴 했지만-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어렸을 땐 역사책을, 중학생이 되서는 판타지와 무협지를 섭렵하고, 고등학교 땐 한국 문학과 일본 문학에 빠져 수능 공부를 하면서도 틈틈히 읽어 제꼈다. 고3 때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조정래의 <한강>을 야금야금 읽던 것. 마지막 권을 내려놓는 순간 어찌나 아쉽던지.

그래도 열심히, 많이, 다양하게 읽으려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특히 어렸을 때 고전을 읽지 않아 '안타깝다'. 주로 '사회'를 읽고 해석해내는 글을 읽기 좋아했는데-이를테면 유명 평론가들의 칼럼집같은- 그것도 나름대로 유익하고 유의미하지만 어쨌든 그 해석의 근본은 고전에서 우러나온 것들이 아니던가. 세세히 따지고 보니 어디서 '독서가 취미입니다', 라고 말하기가 낯뜨거울 정도로 고전을 멀리해왔다. 재미만을 좇아 읽어제끼는 맛에 그랬던 건 아닌지.

20년 전의 누구들은 사르트르와 니체를 읽고, 도스토예프스키와, 마르크스를, 레닌을, 엥겔스를 읽었다는데 난 그들과 같은 그 시절에 이우혁과  이경영과 전동조 그리고 김진명의 소설-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판타지와 무협과 말도 안되는 민족주의 자극소설-을 읽었다니. 비범인과 범인의 차이인가. 뒤늦게나마 읽으려하니 엄청난 양에 압도되고있다.

4년전부터 읽으려했던 벤야민의 논문을 이제야 읽고있다만 이 짤막한 논문도 힘이들구나. 점점 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나는 한낱 책덕후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렇지만 계속 공부를하면 책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쓰는게 직업인 사람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더욱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사서, 빌려서 책꽂이에 꽂아두는 게 여전히 든든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