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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정동.

영원한 화자 2010. 10. 19. 10:40

 내일신문에서 발행하는 대학생 주간지인 <대학내일>을 보고 있자면 항상 그 뒷면엔 씨네마정동 심야영화 쿠폰이 있었다. 3편에 1만원. 보기만해도 대형마트 후려치기 행사보다도 더 짜릿한 광고였다. 광고를 볼 적마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고정된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에 그닥 재능이 없던 나에겐 조금은 벅찬 일이었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함에도.

 
 2009년 복학하고 가장 먼저 내가 구한 알바는 주차장이었다. 정동에 있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의 주차장에서 난 6개월여를 일했다. 계산을 하고 가끔 발렛을 해주기도. 토, 일에만 일을 하는 주말 알바였기 때문에 한산한 광화문을지나 정동까지 휘적휘적 걷던 적이 많았다. 경향신문 모퉁이를 돌 때면 여자친구와 꼭 심야영화를 보러와야겠다고 매번 매번 되뇌었다. 그러나 평일엔 복수전공을 하는 대학생이고-거기에 난 1학기엔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고 2학기땐 국제학 포럼에 참가하느라 분에 넘치게 바빴다- 주말엔 주차장에서 용돈을 버는 알바생이었으니 12시부터 시작하는 심야영화를 보기엔 나의 일상은 너무도 빠듯했다. 나는 정릉 학교 앞에 여자친구는 모란에 극장은 정동에 있던 지리학적 문제도 한 몫했다. 


  그런데 없어진다니.
  

  그나마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틀어주던 극장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한답시고 코딱지만한 상영관을 하나 둘 주고는 있지만 생색내기 쑈에 불과할 뿐. 괜찮다는 인디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관이라고 나와 있는게 부산 어디이거나 전주 어디일 경우엔 어이가 없어 소리내어 어이를 불러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개봉을 한다쳐도 그 짧은 상영기간은 토끼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 있어 마음이 짠한게 또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자본의 잣대를 들이밀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는데 이미 한국은 자본의 잣대에서 단 1미리라도 벗어난다면 축출해내거나 아예 그 인프라를 없애버린다. 심지어 교육과 의료에까지 자본이 침투해 요동을 치고있는 꼬라지를 우린 보고있지 않는가.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라면 바로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한다. 그래도 문화에대한 인식면에 있어서는 느리게 나마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에서 앞장 서 그 구조를 부숴놓고 있다. 삽질하는 데는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그 오십 몇억하는 인디영화 예산을 전액 삭감하냐 이 양배추 김치만 10년을 쳐먹을 놈들아 이 개놈들아.


 어찌됐든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지 못한 나도 수준 낮은 후진국민. 요란뻑쩍 지근한 디스코 사운드가 뿜어져 나오는 성인콜라텍을 지나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찾던 서울아트시네마가 그리울 따름이다. 


어찌됐든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