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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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ijuswanaseing

출근

영원한 화자 2018. 11. 22. 22:46

1. 출근 시간의 5분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6시 25분에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단 한번도 그 시간에 재깍 일어나 본 적이 없다. 오늘도 알람을 끄고, 눈만 감고 다음 알람을 기다렸다. 5분후 울리는 알람을 다시 꺼버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일어나자. 샤워를 하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7시에 집에서 나가야 안전빵인데 뭐때문인지 7시 3분에 출발. 눈 앞에서 잠실역으로 가는 버스 한 대를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바로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 잠실역으로 가는 버스가 여러대로 보통은 노선도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탔는데 오늘은 하필 버스도착알림판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확인도 없이 버스에 올랐다. 오늘 내 먼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사 온지 1년이 넘어가는데 왜 나는 버스 노선을 다 외우지 못하는 것인가...)


2. 직진해야 할 버스가 좌회전을 한다. 회사 셔틀을 타야하는 8번 출구로 가는 버스가 아니었다. 체념. 근데 잘 하면 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날 꼭 신호에 걸리더라니. 버스에서 내리니 7시 21분. 셔틀은 7시 20분에 도착한다. 잽싸게 셔틀을 타는 곳으로 뛰어가 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허탈함을 뒤로하고 지하철을 타러 털레털레 걸어갔다.


3. 2호선을 타고 9호선 환승. 사람들이 뛰길래 덩달아 뛰었지만 급행은 막 문을 닫고 떠났다. 야속한 사람아. 아니 지하철아.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틀었다. 지하철이 도착했다. 오늘은 왠일로 여유롭군 후훗. 하면서 좌석 맨 끝자리에 앉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알았다. 급행이 아니라 일반열차였다.


4. 봉은사 역에 내렸다. 일반열차 2대를 보내고 나니 급행열차가 왔다. 몇 달만에 지하철로 하는 출근이다. 김포공항 방향으론 좀 덜막혀 책을 꺼낼 수가 있었다. 요즘 읽고 있는 이석원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은 언제 내릴까. 책을 읽으며 힐끗힐끗 그 사람을 쳐다봤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지부동. 결국 여의도에 와서야 앉을 수 있었다.


5. 사무실에 들어오니 8시 40분쯤. 평소라면 아침으로 먹을 것과 커피 한 잔을 들고서 회의실로 들어가 책을 읽었을텐데, 아침부터 지하철에서 진을 뺐더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6. 몇 개월 전. 원래 내 기상 시간은 6시 반이었는데 셔틀을 놓치고 기상 시간을 5분 당겼다. 그리고 오늘. 난 또 5분을 당길까 말까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