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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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ijuswanaseing

사당행

영원한 화자 2018. 11. 19. 23:02
지금이야 사당으로 술을 마시러 오고 친구들을 만나러 오지만 20대의 나에게 사당은 스터디 모임 장소였다. 경제학 스터디, 공기업 스터디, 영어회화 스터디. 헤아려보니 참 여러 스터디 모임을 들락였다. 그래서 지금도 사당에 가면 이 근방은 무슨 스터디를 하던 곳, 저쪽은 무슨 스터디를 하던 곳으로 기억을 떠올린다.

술에 취해 휘청이던 사람을 뒤로 하고, 번쩍이는 네온사인을 뒤로 하고, 싸늘한 밤공기를 마시며 오늘의 고단함과 미래의 불안함을 헤치며 걷던 그때. 지금은 내가 스터디룸에서 쏟아져 나오는 청춘들을 부러워하며 휘청이고 있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그때 나를 지나친 사람들도 날 부러워 했을까.

오늘은 프로젝트 과제 때문에 다른 계열사 사람들과 스터디룸에 모였다. 늦은밤 과제를 마치고 나와 취기없이 사당을 걸으니 20대의 시간들이 더 또렷하게 떠올랐다. 낮엔  내가 2013년쯤 썼던 일본 버블 경제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내가 썼지만 너무 잘 쓴게 아닌가. 가만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 가장 스마트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공부하고, 논술 쓰고, 온갖 뉴스와 경제 보고서를 읽어댔으니. 내가 다시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다. 요즘은 이런 일기도 버거울 때가 있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