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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시작. 본문
@ 제주현대미술관
방에서 탈출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퇴사하고 딱 45일만이다.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10대, 20대, 30대 모두 내 인생 곳곳에는 다양한 도시의 도서관이 있었다. 어쨌든 다시 도서관이다. 생전 처음 와본 곳이지만 원래 여기가 내 자리였다는듯 어색한 것이 없다. 도서관의 공기는 정부에서 공급이라도 하는듯 어디든 동일하다. 출입문을 오가는 사람들은 처음보는 얼굴이지만 본 것 같은 옷차림과 표정들이다.
첫날부터 자격증 책으로 빨려들고 싶지 않아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펴들었다. 메리츠종금 존리 대표의 <왜 주식인가>라는 책이다. 처음 주식 투자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다. 꼭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책 후반부에는 한국의 투자 문화, 금융 산업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미국에서 20여년간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따로 정리하기로. 정리할 책이 산더미다. 미움받을 용기, 나의 한국현대사, 왜 주식인가. 독서량이 늘고 있어 기쁘다. 백수라서 행복한 점중 하나다.
중간중간 주가를 확인했다. 오늘은 장이 좋았다. 어제 비중 축소하면서 손절한 종목이 8%나 올라서 수익권으로 들어왔다. 배가 아프지만 ㅅㅈ형은 원칙을 지켰으면 된거라고 한다. FOMC 전에 찝찝한 종목들은 다 쳐냈다. 어제 장 시작때 매수한 종목들로 적어도 일주일 용돈쯤은 벌 수 있었으나 매도하지 않고 참았더니 막판에 급등한 종목들이 모두 빠졌다. 원칙을 지키고 FOMC전까지는 관망하기 위해 미련없이 매도했다. 일주일 용돈이 밥 한끼 값으로 변했다. 과욕은 금물이다. 그런데 오늘 죄다 3~4%씩 올라버렸네. 원칙을 지켰으니 됐다, 는 뻥이고 아까워 죽것네. 내 돈!
내 인생에 IS-LM 곡선을 다시 그리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버리려다가 혹시나...하고 공사 시험을 준비하며 쓴 경제학 책과 노트들이 다시 필요해졌다. 이번엔 이 공부가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어디서 언제 터질지 모르니 공부하기로 했다. 공부해서 남주는게 아니라는 걸 대학 때 배웠다. 봐야할 동영상 강의가 150개쯤 된다. 두꺼운 수험서와 문제집을 다섯권 봐야한다. 나는 할 수 있을까. HSK 5급도 두 달만에 땄는데, 이쯤이야...라면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이거 죽도 밥도 똥도 안되면 완전 나가린데.
대학원에 모두 떨어지자, 인턴에 합격했다. 인턴이 끝나고, 실업급여가 끊길 즈음에 첫 직장에 합격했다. 내년에는 결혼을 하고 싶으니 봄이 시작할 쯤에는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나는 늘 지금처럼 읽고, 쓰고, 공부할 것이다. 무직으로 질소만 축내고 있던 2014년 2월 겨울, 함께 술을 마시던 존은 지금을 즐기라고 했다. 네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했다. 어쩌다보니 그런 시간이 다시 왔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걸 더 잘 알게 됐으니 더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