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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성석제 - 투명인간 본문
+ 영화나 소설에 대한 리뷰나 내용을 속속들이 들춰가며 리뷰하는 걸 그렇게 탐탁히 여기지 않아 순전히 작품을 읽고난 감상만을 적어본다.
이 리뷰는 창작과 비평사의 가제본을 지원받아 썼음을 밝힙니다.
가라타니 고진이 설파했던 '근대문학의 종언'까지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이, 21세기 들어서 문학의 소용에 있어서 작가와 평론가는 물론 독자들도 많은 고민을 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작가는 왜 쓰는 것이고, 독자는 왜 읽는 것인가. 단순히 '자아실현' 혹은 '재미'란 말로 답하기엔 영 개운치 않은게 사실이다.
문학이 한 시대의 지식과 사상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서있고, 작가들이 음에서 양에서 크고 작은 목소리로 기능했던 시대를 막연히 동경했던 나였다. 현재의 문학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란 질문에을 던지던 나에게,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그 대답과 같은 소설이었다.
<투명인간>은 인간 '김만수'의 역사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고, 우리 아버지의 과거이며, 어머니의 청춘이다. 누구나가 겪었기 때문에 일상 혹은 보통의 삶이라 여기던 것들이 한 번 되새겨보면 묘하게 비틀어지고 일그러져 있는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다. 문제는 그 역사가 역사라고 말하기 무색한 현재의 우리다. 여기서 나는 문학의 유용성을 느낀다. 보통의 과거를 활자와 독자의 상상으로 재현해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것. 특히 이 소설에서는 비슷한 시대를 다뤘던 여느 소설보다 다양한 화자를 등장시켜 각각의 생활, 각각의 처지를 보여주고 또 그네들이 얽히고 설킨 모습을 그려내며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용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이 책을 칭찬하고 싶다. 멀리는 일제 강점기에서 부터 여러 화자의 시점으로 차곡차곡 옮긴 그 역사는 오롯이 성석제만이 써내려갈 수 있는 문장들로 그득하다. 성석제 특유의 구수한 된장과 같은 문장들 속에서 문득 문득 튀어나오는 향수가득한 장면들은 문명의 이기로 온몸을 휘감고 사는 우리들에게 애틋한 그리움을 전한다. 어찌보면 한국 작가들 중에서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수수하지만 '구수함'이란 서양인은 공감할 수 없는 말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성석제의 문장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올해 발표된 소설을 다 읽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단연코 투명인간을 올해 최고의 소설이라 말하고싶다. 대한민국의 모든 '김만수'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