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일본 버블 경제와 잃어버린 20년 그리고 현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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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버블 경제와 잃어버린 20년 그리고 현재.

영원한 화자 2013. 7. 26. 10:53

라는 거창한 제목을 써봤지만, 몇 달 전 자주가던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려놓음. 사실 유입경로나 키워드를 봐도 일본 버블경제로 낚여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던데 큰 그림을 그리기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업로드. 고칠게 좀 있어보이지만, 일단은 시간이 없어 놔두기로. 개인적으로 올해 금융권, 공기업 논술에서 아베노믹스는 100% 나올 거라 예상하기 때문 1960~현재까지의 일본 경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정리해놓으면 좋을듯. 일단은 참의원 선거가 자민당 압승으로 끝나 아베노믹스에 대한 추동력이 더 생겼지만, 9월~10월쯤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된다면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함. 뿐만 아니라 소비세 인상과 실질임금의 답보 상태, 에너지 수입으로 인한 지속적인 무역적자도 변수. 소비세(또는 부가세)인상해서 잘 된 케이스가 없어서 더욱 그렇다. 


일본경제 버블의 원인과 배경.

2차 종전 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폭을 후드려 맞고 패전한 일본은 대다수 국가의 기반산업을 잃게 됩니다. 메이지 유신으로 승승장구하던 일본이 쪽박을 차게되는거죠. 그랬던 일본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는 계기는 바로 '한국전쟁' 때문이었습니다. 북한과 중국 소련 등 공산권의 팽창을 막기위해서 미국은 어떻게든 이겨야하는 전쟁이었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병참기지로 택한 것이 바로 일본입니다. 2차대전 패전으로 인해서 일본의 경제상황은 1920년대로 돌아가버렸고 극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전력, 수도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을 정도였죠. (한국 전쟁 이후의 한국을 생각해보시면 쉽게 이해가 갈 것 같네요. 아니면 현재의 이라크나 아프간.)

미국의 병참기지가 된 일본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게 재기하기 시작합니다. 도요타의 엄청난 발전도 이 때 이루어지게 되며, 기타 제조업 분야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많은 일본 기업 회장들은 한국전쟁을 천우신조라고도 한다고 할 정도로요. 다른 얘기지만 자위대로 이 당시 창설되게 됩니다. 처음엔 미군기지를 지키려고 만들었던 애들이 그 규모가 커져 결국 자위대로 변모하게 되었고, 현재의 자위대까지 이어져 온 것이죠.

그렇게 생긴 제조업 기반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 50~70년대 성장율이 8~9%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70년대 도요타는 유럽 국가를 제치고 대미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을 정돕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왠만한 마데인 재팬 공산품이미국을 정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일본은 현재의 중국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눈덩이 처럼 불어났고, 일본은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됐습니다. 70년 대의 미국은 1, 2차 오일파동으로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레이건이 혜성처럼 나타나 레이거노믹스를 실행하고 17%라는 미친 금리인상을 단행해서 가까스로 인플레이션을 잡았습니다. 고금리때 돈이 돌지 않는 다는 것은 인지상정. 이러다보니 기업의 설비투자나 기술개발이 정체되고 결국 제조업이 붕괴되고 실업률이 10%를 상회하게 됩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게 마데인 재팬 상품들이죠. 여기에 또 일본의 자국 무역 보호정책, 쉽게 말해서 팔아먹기는 엄청나게 팔아먹는데 남들이 와서 팔려고 하면 못팔게 해서 엄청난 흑자를 봤고, 고정환율제를 통해  엔화가치를 낮게 유도해 수출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주장에 의하면 22년간 1달러=330엔이었다고...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일본 제품이 온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 자국 제품은 팔리질 않고, 때문에 돈이 없어 연구개발이 안되고, 그럼 경쟁력을 잃고, 고용이 안되고,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꺼내 든 카드가 '플라자 합의'(1985)입니다. 5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서 엔화와 마르크화의 가치를 달러대비 평가절상 시켜버렸습니다. 합의에 따라 일본은 달러를 매도하기 시작했고, 시장도 매도 흐름에 동참하면서 1년후 엔/달러 환율 1엔=130엔, 86%나 평가절상됩니다.(환율은 떨어졌는데, 왜 평가절상이라고 하지?? 저처럼 막 헷갈릴 수 있는데,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의 의미는 기준 화폐대비 자국통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절상이라고 합니다. 제가 좀 이해력이 부족해서 처음에 이게 많이 헷갈리더라구요.)

엔화가 순식간에 평가절상 되자 일본 수출은 쪽박을 차게 됩니다. 일단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던 달러자산이 엔고로 폭락하게 되고, 수출가격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상당히 잃게 됩니다. 거기에 해상운임이 증가해서 더욱 어려움을 겪게되죠. 브라보.


버블시작.

수출주도 경제였던 국가가 수출이 막히면 경기침체가 오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정확하게 1대1로 비교를 하는 것은 힘들지만 엔저현상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이 당시의 일본(물론 그 정도는 훨씬 심했습니다.)의 모습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금리를 5.0%에서 2.5%로 대폭인하 하게 됩니다. 금리인하->기업/가계의 대출증가->주식/부동산 등 투자 및 소비 증가->고용창출이라는 선순환을 유도해보자는 거였죠. 이외에도 각종 금융규제 완화(정확히는 투금계정 합법화)하면서 기업들의 재테크 길을 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금리도 인하됐겠다, 규제도 풀렸겠다 은행은 대출을 미친 듯이 해주기 시작했고, 시중에 풀린 돈들은 모두 증시와 부동산을 향했습니다. 부동산도 부풀어 오르고, 증시에 돈이 몰리자 주가가 오르고 이렇게 오른 주가는 다시 기업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갔고 이 이익으로 기업은 다시 부동산과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성됩니다.
일본 증시가 얼마나 미쳤었냐면 일본 정부가 NTT를 민영화했는데 상장시초가가 120만엔, 근데 이틀만에 여기서 25%가 올랐고, 2주만에 240만엔을 찍었습니다. 그냥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한 주에 2400만원. 부동산 가격은 또 얼마나 미쳤었냐면,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소비자 물가가 2배 오르는 동안 부동산 가격은 50배가 올랐습니다. 일본을 팔면 미국을 몇 번 사네, 도쿄를 사면 일본을 몇 번 사네 할 만큼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을 정도였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 록펠러 센터, 콜럼비아 영화사를 일본 기업들이 사들인 것도 이 때의 일입니다.

시크릿에도 몇 번 올라왔지만, 일본의 호황기는 정말 어마어마 했습니다. 일본을 가보진 않았지만 일본에 올드 슈퍼카가 많은 이유도 버블기의 산물이라고 하구요, 당시에 나왔던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는 하나같이 휘황찬란 합니다. 프리터족의 등장, 대기업 면접비로 중고차를 살 수 있었다는 무용담도 다 이때의 얘깁니다. http://sehoya1985.blog.me/147918828 (80-90년대 일본패션)



버블의 붕괴

상황이 이쯤되니까 일본 정부도 아 x됐다 싶었던건지, 1990년 새해벽두에 주택담보대출 출자총액 제한 제도를 발표합니다. 금리도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2.5%였던 것을 6%로 인상했습니다. 푼 돈을 다시 끌어오겠다는 건데 금리가 갑자기 폭등하고, 규제가 심화되니까 똥줄이 탄 민간과 기업들은  주식과 부동산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왕쪽박 더 비기닝이 90년대 초반부터 현실화 된거죠. 단순히 수치로만 말하자면 90년 초 니케이 지수는 6개월 사이 39,000포인트에서 25,000포인트로 급락, 60-90년 동안 200배 상승한 도쿄 부동산 가치는 15년 동안 87.2% 급락, 90-93년까지 534조엔의 토지자산액 감소,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 부동산은 단 한 차례도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었습니다. 하하 브라보. 일본의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30%(한화 1경 3700조)로 세계 남바완인데요. 그 이유가 바로 어떻게든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고 한 마스터베이션의 산물입니다.

안습이었던 90-2000 시기의 일본 경제를 두고 그래서 잃어버린 10년, 혹은 최근까지도 그닥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른 시각.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두고 ‘병신들’이란 시각도 있지만 한 편으론 ‘일본이니까 버틴거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이나 되니까 그런 경제상태에도 불구하고 대량 실업자 양산을 막아내고 있다는 거죠. 2007~8년 이후 개쪽박을 찬 미국, 유럽의 PIIGS국가들, 거기에 사이프러스까지, 이 나라들의 미친 실업률과 경제 퇴행을 생각한다면 일본은 엄청 선방했다는 해석입니다. (대표적인 게 폴 크루그먼)



그리고, 엔저의 역습.

저에게 현재까지 올해의 핫키워드를 뽑으라면 저는 단연 ‘엔저’와 ‘아베노믹스’를 꼽겠습니다. 그만큼 엔저는 국내외 매스컴을 매일 장식하는 최근 국제 정치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엔저냐. 장기침체를 겪으며 일본은 돌파구 마련에 부심했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정치적 혼란만 가중됐을 뿐 진전은 없었습니다. 이런 난세에 혜성같이 아베가 나타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라고 말한 게 바로 아베노믹스입니다. 구체적으로 2년 안에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죠. 시장에 돈을 막 풀어대면 해당 통화의 가치는 낮아집니다. 2012년 1월 80엔 언저리였던 게 현재 100엔 육박해 약 20%가 평가절하 됐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많이 풀어서 자국 내 경기도 살리고, 화폐가치를 낮게 유지해서 수출할 때 가격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게 일본의 의도입니다.
당연히 이런 엔저 현상은 상당히 많은 수출품목에서 경합을 하고 있는 한국에 피해가 예상됩니다. 많은 분들이 언론을 통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이 실적이 악화되고, 어닝쇼크를 겪고 있을 정도죠. 엔저현상이 시작되고 불과 반년 정도 지난 지금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을까요. 간단히 비교를 해보면 현대기아차 주가가 15프로 빠질 때, 도요타는 약 60% 올랐고, 삼성전자가 13.4프로 오를 때 소니, 파나소닉 샤프3사의 주가는 약 50% 올랐습니다. 포스코가 10%하락했지만, 신일본제철은 47% 가까이 올랐습니다.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0.2억 달러 감소한데 반해 도요타는 동기간 14.3억 달러 상승했습니다. 심플하게 표현해보자면 한국기업들 실적이 좀 나빠졌는데 일본은 동기대비, 작년, 재작년 대비 조온나 좋아졌습니다. 다 죽어가서 산소호흡기를 떼내 마네 한 소니의 주가와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것만 봐도 엔저의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최근 한 두달 새 일본은 여기저기서 시바 니네 너무 한 거 아니냐라고 비공식적인 욕을 먹어가며 마음을 졸이며 돈을 풀어내고 있었는데, 최근 G20회의에서 유럽, 천조국 형들에게 까일 줄 알았더니만 오히려 용인을 해주며 일본의 엔저정책이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엔저정책은 향후 계속 될 것이다, 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아베의 성장전략은 성공할까요? 돈은 푸는 것도 문제지만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이지 않으면 소화해 낼 수 없는 인플레가 발생하게 됩니다.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 예측하기에는 유럽, 미국경제, 그리고 일본 내부의 문제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