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맙소사. 본문

이것 저것/들은 것

맙소사.

영원한 화자 2010. 1. 13. 23:10
  


음반 제작에 있어서 마스터링의 비중은 매우크다. 누가 또는 어디서 마스터링을 하냐에 따라서 곡의 질감 자체와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때는 "미국에서 믹싱과 마스터링을 했다", "XX의 앨범을 마스터링한 누구와 작업했다" 등등의 홍보문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마스터링이나 믹싱을 중요시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그의 음악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알겠지만 악기나 소스 하나하나가 잘 버무려져서 음파가 주는 꽉잔 부피감은 혀를 내두르게한다. 9.11테러와 계약문제로 인해 프로모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위 망했다 불렸던<Invincible>은-이상하게도 난 정말 좋았지만! 그리고 망했다고 불렸던 이 앨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800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소위 마스터링이 '쩔었던' 음반으로 불린다. <Dangerous>는 한 때 거의 모든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레퍼런스 소스로 쓰였다고 할 정도니까 그가 얼마나 마스터링에 비중을 뒀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작업을 담당했던 마이클 잭슨의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Bruce Swedian은 MJ의 앨범으로만 3번이나 그래미를 거머쥐기도 했다. MJ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스웨디언의 장인정신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들이랄까.
 
                   <Invincible> 앨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트랙. Unbreakble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쓰지 않을 대목이지만 유료mp3 서비스 업체에서 소위 알바들에 의해서 '리마스터re-master'된다는 얘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반지하 작업실에서 마스터링을 하든 뉴욕에서 잘 나간다는 누구와 작업을 하든 그 결과물은 '알바생'들의  혼신의 마우스질에 의해 업체에게서 주어진 적당한 프리셋으로 재단당해온 것이다.

나는 사실 한국 음악을 많이 듣지도 않을 뿐더러 유료로 음원을 사본 적이 몇 번없기 때문에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뮤지션들의 수 년간의 노력과 결과물들이 업체의 편의를 위해 한순간에 망가져버리는 것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걸그룹과 섹시여가수가 대세인 한국에서 믹싱과 마스터링을 걱정할 만한 음악이 얼마나 될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지만 여하튼 소수의 진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면 안된다. CD도 안팔려서 힘든 그들인데.

나라꼴이 말이 아니니 별 일이 다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