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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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공간/여행할 권리

남미여행 동영상.

영원한 화자 2011. 7. 19. 09:25





 
남미에서 왔거나 남미를 다녀온 친구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너 길거리에서 아이팟을 꺼내거나 비싼 카메라를 들고다니면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할꺼야. 그들은 내게 당부를 하고 또 당부했다. 여행 출발지였던 에콰도르의 끼또에서는 그 당부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며 아이팟을 백팩 저 뒷공간에 파우치에 고이 담아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 틈이나면 저렇게 동영상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과 동영상만 10여기가. 정리를 한다한다 생각만 하다가 한국에 온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여행의 흔적이라곤 내 왼쪽 손목 위의 알록 달록한 팔찌와 생각만해도 지긋지긋한 흡혈파리에 물린 자국뿐.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방인이었던 난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현지인이다.

보면 볼 수록 꿈만 같고 뭉클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의 여행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익숙한 현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바로 지금처럼. 지금 이곳이 페루의 어딘가였으면 좋겠다. 베드버그에 물리고, 손가락이 부러져도 아무래도 그 때가 좋았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