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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나중엔 이 생활이 그리워지거나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날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니 요즘의 내가 어땠는지 어찌됐든 기록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였으면 관물대에 기대 끄적끄적 뭔가를 적겠지만 손글씨로 뭔가를 적는다는 건 이제 익숙치 않다. 고쳐야할 점이다. 1. 일본 교환학생이 수포로 돌아갔다. 진즉 한 학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다 내 경솔함 때문이었다. 덕분에 두 달간 안해도 될 고민을 사서했다. 거기에 부모님께 걱정까지. 학업계획서까지 다 작성한 마당에 그렇게 되버리니 참 허탈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하려고 했던 연구주제들을 졸업논문 주제로 삼을까 한다. 학부 졸업 논문이야 현상의 탐구와 적절한 팩트의 종합, 개인적 견해만 피력하면 될테니까 어렵진 않을 듯하다..
2주전 이사를 마쳤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훔쳐쓰는 인터넷이 불안정하다.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이젠 아예 포기. 괜찮다 생각했던 새 방은 하루가 지나자 슬슬 거슬리는 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1층에 살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의 동생이 피는 담배 냄새가 3층인 내 방에서 느껴진다던지, 내 방에 놓아준 침구류들은 족히 20년은 되보이는 디자인과 색감과 마찰의 흔적들, 그래 아예 톡 까놓고 말하자면 이걸 진짜 누가 덮고, 누가 깔까 싶은 이불과 침대 시트들, 아침만 되면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주인집 아들의 괴성. 그 전 집에선 지하 전체를 나 혼자 썼기 때문에 주방 전체가 내 차지였다. 500리터는 족히 넘어보이는 큰 냉장고도, 오븐도, 전자렌지, 토스터 까지 내가..
하아. 바야흐로 정말 핀치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방을 못구해 안절부절하던 때가 6개월 전인데. 벗어나야지, 방 구해야지, 얼른 여길 떠야지 버릇처럼 말했는데 어떻게 여기서 반년을 살긴 살아냈다. 사실 300달러에 이 정도면 괜찮고도 남지. 어쨌든 집의 분위기는 이상했지만 친절하신 주인 아저씨와 간간히 일용할 한국음식을 하사하셨던 주인 아주머니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이틀 전 부터 싸던 짐을 드디어 다 쌌다. 이쁘게, 가지런히 쌀 필요도 없고, 무게를 염려할 필요도 없어 막 쑤셔넣으니 그나마 짜증이 덜했다. 그치만 아직도 짐을 싸고 푸는건 몸서리치게 싫다. 6개간의 세간살이가 큰 덩어리가 되어 방 한켠에 우두커니 놓여있는 걸 보자니 새삼또 싱숭생숭해 루시드 폴의 나지막한 노래를 틀고 흥얼거린다. 나도 핀..
어느덧 출국한지 반년째가 되는 날이다. 6개월 전 난 타이페이의 어느 한 호스텔에서 푹푹 찌는 습도를 폐 깊숙히 느껴가며 어안이 벙벙하고, 슬프고, 설레고, 들뜬 오묘한 기분을 맛보며 샤워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화장지를 변기통에 넣지 말라던 호스텔 주인의 말을 떠올리며, 또 나에게 길을 잘못 가르쳐준 친절한,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래도 좀 영어는 뭐라도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돈이 떨어지면 접시라도 닦지 뭐, 라는 생각을 갖고 왔는데 영어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늘 기색은 보이지 않고, 아니나 다를까 말이 씨가 된다고, 그 씨는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워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동안 접시와 노란색 고무장갑은 나의 손을 떠나질 않고있다. 사실 엄살이다. 시집살이도 아닌..
그러고보니 참 잊는다든지 혹은 잊혀진다든지 하는 일은 애석한 일이다. 그 이유가 물리적인 차이에 의해서라면 더더욱이나. 어느새 우린 각자의 일상에 치어 상대방보다 나의 일상을 더 우선순위에 두는 그런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물론 그게 상식적이며 합리적이고 맞는 일이지만, 그 사실을 목도하게 된 순간엔 어설픈 결말이 나버린 만화책 마지막 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우며 섭섭하다. 우린 다를거야, 내가 잘하면되지, 우린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좋은데, 으..응? 하다 결국 필부필부, 장삼이사 등의 떨떠름한 사자성어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혹은 상대방에게 아니 결국, 우리들에게 실망을 하는 시간이 오게되는 것이다. 바로 오늘 처럼 말이다. 난 노동에, 넌 공부에 또 취업에 결..
내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난 너무 건방졌다. 흐어어엉. 첫 자전거 출퇴근. 중간에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인터섹션이 하나 있어서 엄청 나게 위험하다. 더구나 내 자전거는 작아서 더 위험하다. 업힐과 다운힐이 많아서 더더욱 위험하고 난 이어폰을 끼고 헬멧도 안쓰고 다녀 더 위험하다. 100불 아끼자고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격. 다행이도 안전한 길을 찾았긴 하지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조심조심 타자. 영어공부를 해야되는데 자꾸 딴짓만한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게 뭐든 나에게 닥치면 난 어찌됐든 최선을 다해 척척해냈다. 그게 1점, 혹은 2점 또는 3점짜리 수능 수학문제가 아닌 경우에만. 친구들과 있을때는 욕도 잘하며,장난도 잘치고, 선생님들 흉내내고, 별 지랄병을 다 하다가도 선생님들 앞에선-정확히는 무서운 선생님들 앞에선-난 항상 수업을 열심히 듣고, 발표를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물론 수학시간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또한 잘, 척척, 제법 멋드러지게 해낼꺼라고 생각하다가도 문득문득 드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이게 맞나. 이래도 되나. 1년뒤에 난 어떨까. 영어 몇 마디는 할 수 있을까. 그때도 젬병이면. 으악. 그러면서도 다시 잉여질. 다이나믹한 겨울을 위해 휘슬러로 이동을 할까 했지만 이래저래 기회비용을 따져보니 토론토에 머물러 ..
김건모형은 10년도 더 전에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고 했다.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냐고. 입장바꿔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난 타인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해! 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거기엔 나의 욕심과 바람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우린 섣불리 이해한다고 해서도 안되고, 섣불리 상대방을 판단해서도 안된다. 정확히 빗나간 선입견은 공공장소에서 가죽피리를 부는 것만큼이나 부끄럽다. 그러니까 시쳇말로 하자면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 것이다. 내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느껴보지도 않았으면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거다. 부모 돈 쳐받아가며 온실속의 화초처럼 곱디 곱게 자란 난초같은 애새끼들은 어딜가나 티를 낸다. 자랑스럽게 라면 혹은 짜파게티를 끓여보지 않..
존재는 의식을 규정한다. -'의식주'라는 존재의 조건들은 내 의식과 관련이 있다는건데 그렇다면 의식주를 바꾸어야 할 것이고, 지금 가장 먼저는 내 주거 환경을 바꾸어야 하겠단 말씀이지.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 -생각은 많으나 제대로 된 생각이 없으면 또 그 생각들이 생각으로만 남는다면 그 생각은 허무한 칼로리 소비에 지나지 않겠지. 생각이 많아도 행동하지 않으면, 이 모양 이 꼴이다.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는데. 조석의 마음을 소리만 볼뿐. 내 마음의 소리는 없고, 다른 사람들의 말 소리에만 신경을 쓰고, 귀를 기울이고 눈치를 보고, 나를 비춰보고, 재보고, 혹시나 내가 그 소리들에 비해 작진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자존심 상하는건 죽기보다 싫어한다며 생각하던 그 자존심은 알고보니 자존심이 아니라 이명박만큼 쓸모 없는 열등감이 아니었던가. 내 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부터가 난 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걸 지금 안 것은, 난 정말 자존심도 없는 놈이었더거군. 그래서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