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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요즈음. 본문
2주전 이사를 마쳤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훔쳐쓰는 인터넷이 불안정하다.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이젠 아예 포기. 괜찮다 생각했던 새 방은 하루가 지나자 슬슬 거슬리는 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1층에 살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의 동생이 피는 담배 냄새가 3층인 내 방에서 느껴진다던지, 내 방에 놓아준 침구류들은 족히 20년은 되보이는 디자인과 색감과 마찰의 흔적들, 그래 아예 톡 까놓고 말하자면 이걸 진짜 누가 덮고, 누가 깔까 싶은 이불과 침대 시트들, 아침만 되면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주인집 아들의 괴성. 그 전 집에선 지하 전체를 나 혼자 썼기 때문에 주방 전체가 내 차지였다. 500리터는 족히 넘어보이는 큰 냉장고도, 오븐도, 전자렌지, 토스터 까지 내가 쓰고 내가 치웠지만 여기서 내가 할당 받은 공간(?)은 이게 과연 내 음식들을 보우해줄지 의문이 드는 오래된 냉장고의 구석탱이 한켠. 이것만 빼면 다 괜찮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태국에서 이민온 지 30년 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탓일까 아니면 캐네디언들은 이렇게 검소한 걸까. 모든 세간 살이들이 20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그런 것들 투성이다. 아니 오 깔끔하군! 이란 생각이 드는 건 30 몇인치 쯤 되보이는 삼성의 엘씨디 티비 뿐이다. 검소함의 클라이막스는 날을 벼리고 벼려 이게 과연 어떤 모양이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괴상한 형태의 과도였다. 1달러에 4개 하는 단감을 사와서는 '양키들도 단감을 먹는군 호호' 하며 그 두꺼운 껍질에 괴상한 형태의 금속 날을 박아 넣던 그 느낌은 과연 좀 애매하고 낯설었다. 냄비들 또한 참 이게. 휴. 여튼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걸 보니 인체에 유해하진 않은가 보다.
꼬치꼬치 캐묻는 나에게 좋다고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그 한국 여자분을 만나면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토론토의 랜드마크인 CN타워가 지척이고, 왠만한 클럽을 자전거로 5분거리에 끊을 수 있으며, 이곳저곳 가볼 곳, 볼 곳, 먹을 곳도 많은 곳이지만 엔트리급 노동자는 그 권리를 다 누릴 수 없다. 사실 그건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었던 듯. 그런 것은 사치이니라, 생각하며 주당 40시간의 노동을 견뎌내고, 그 40시간 동안 드는 온갖 그리움과 서러움, 그런 '-움, -움'으로 끝나는 감정들을 새로살 맥북과 악기와, 따뜻해지면 훌훌 다 털어내고 출발할 여행을 생각하며 참는 내가 한심하기도, 대견하기도, 그리고 인생 참 좆같기도하다. 홀홀.
인터넷이 되지 않는 다는 핑계로 머리 속에 흘러다니던 것들을 잡아채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방금은 임시저장본이 있다는 것을 개무시 했더니 알고보니 그건 둬시간 동안 발악하며 쓴 최근 들은 음반들의 리뷰였다. 헐. 이렇듯 삶은 한순간의 결정.
슬슬 한계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의 근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