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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구호선에 탔다. 옆자리 여학생은 전화 통화로 바빴다. 내용인 즉슨 다미가 뭘 하기로 했는데 안 해서 자기가 했다는 내용이다. 쭉쭉 빨고 있던 쭈쭈바에서 뚝뚝 내용물이 흘러 가방에 떨어졌다. 휴지도, 손수건도 없었는지 그걸 그냥 손으로 계속 문질렀다. 찐득한 액체는 가방으로 계속 번지더니 증발해 사라졌다. 동작역에서 여학생은 내렸다. 학동역 안 의자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렸다. 의자 끝에 앉은 여자분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듯 보였다. 엄마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라고 했잖아. 왜 자꾸 그래 나 속상하게. 목소리엔 한이 맺혀 있었다. 힘들어 보였다.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고개를 숙이고 엉엉 울었다. 서러움이 가득 담긴 울음이었다. 휴지라도 주고 싶었는데 마침 휴지가 없었다.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 여자는 고..
할게 많지만 하기 싫어서 써보는 2016년 서울재즈페스티벌 후기. 4년째 서재페를 다녀왔다. 안타깝지만 감동은 해가갈 수록 반감되고 있다. 왜 점점 구려지는가를 짚기 전에 좋았던 점을 꼽아본다면 딱 하나. 다양한 뮤지션을 볼 수 있다는 점. 국내 어디서, 누가 Flying Lotus를 데리고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할 것인가. 국내에선 듣보잡이나 마찬가지인 Vintage Trouble을 누가 데려올 것인가. 서재페니까 가능했다고 본다. 그외 코린베일리레이와 더티룹도 좋았고, 레드푸의 공연도 신났다. 자 서재페의 장점은 딱 여기까지. 점점 이렇게 가다가는 망하겠구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페를 주최하고 있는 프라잇커브는 돈맛에 취한 것 같다. 프라잇커브는 데미언라이스, 킹스오브컨비니언스, 바우터하멜, 제..
인간의 걱정과 불안은 대다수가 쓸데없는 것, 일어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작년 초 이상한 집주인을 만나 며칠 밤을 잠을 설쳤던 것도, 잘 해결됐다. 내가 걱정하던 일, 우려하던 부분은 전혀 일어나지도 않았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세 달간 엄청난 스트레스만 받았던 거다. 그 집을 나설 때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쓸데없는 걱정만 잔뜩 끌어안고 살았던 내 자신이 우스웠다. 담엔 그러지 말자, 미리 걱정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걱정하던 것들은 정말 사소한 일상처럼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맨날 걱정을 미리 땡겨서 하던 내가 발견한 문장이 이거였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직 현실에 충실하라는 말이었다. 요즘 또 걱정을 사서 하기 시작했다. 신경을 쓰고 ..
비교를 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사회 내에서 관계를 맺다보면 어쩔 수 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능력이야 내가 시험 문제를 내서 그 사람을 하나 하나 테스트 할 수 없으니 가장 먼저 비교하게 되는 것은 바로 물질적인 것들이다. 옷차림, 차, 사는 곳 등등. 흙수저든 금수저든 로또를 맞았든 비슷한 나이에 나보다 많은 것들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위축이 되기도 하고, 가만히 있다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어젯밤 맥딜리버리를 시킬까 말까 고민하던 내가 떠올라 짠하기도 하다. 물질이 전부냐. 나는 내가 하고싶은 걸 하고 있고, 그걸 위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신승리를 해보는 것도 잠시다. 비오는 날 나와 여자친구를 목적지까지 자기의 차로 태워다 준 동기가 가고, 혼자 카페에 앉아 주룩주..
회사를 다닐 때 마감하는 날은 한산했다. 해외로 출하할 것들은 미리 다 내보내고, 국내 업체들은 마감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달리 할게 없었다. 팀원들이 외근 핑계를 대고 일찍 자리를 비우면, 나는 스타벅스에 내려가서 시간을 때우거나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급한일도 없고, 사무실도 한산한 그런 평온함이 좋았다. 그런 평온함도 잠시 월초가 되면 매출 자료, 회의 자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자료자료 요청에 자료만 만들다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런 숫자 부스러기들을 보고 있으면 매출이 오르기라도 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일어나면 해외 장을 확인하고,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블룸버그와 네이버 뉴스를 뒤지고, 보고서나 기사, 공시 등을 확인한다. "장이 시작됐습니다"라..
내 현재 생활에 변곡점이 된듯한 한 주를 보냈다. 단기 목표를 생각보다 빨리 달성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뤄냈다. S형은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다 알고 있었다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치사든 뻔한 칭찬이든 간에 어쨌든 기쁘다.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걷혔다. 해볼만 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 분야에 일말의 소질(?)은 갖고 있겠구나 싶다. 10년 동안 이 일을 공부하고 해온 사람이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고, 인정을 했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것이겠지. 의심은 내려두고, 나를 믿고, 노력과 성실함의 힘을 믿어야겠다. 백수가 되고 나서는 사실 먹고 입는 것에 좀 인색해졌다. 회사에 다닐 땐 보..
아버지 생신이라 집에 내려갔다가 다시 터미널에 가는 길. 12시 40분 버스인데 집에서 12시 20분에 나왔다. 가깝긴 하지만 20분은 그래도 촉박한 시간이다. 뭐 무사히 버스를 타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항상 나는 터미널에 미리 오는 법이 없었다. 자소서도 그렇다. 안 써진다는 핑계로 매번에 미루고 미루다 마감 몇시간 전, 하루 전에서야 작성을 시작한다. 지금도 그렇다. 내일 5시 마감인데 오늘에서야 신상명세를 적고 있다. 그나마 자소서 항목이 3개고, 문항이 어렵지 않아 다행이지만 미리 시작했다면 더 나은 글을 썼겠지. 미리미리 하자. 쓸데없는 걱정은 미리미리 잘만 하면서 정작 해야될 것들은 닥쳐서 하다니. 이게 무슨 어리석은 짓인가. 자소서를 쓰다가 알았는데 미처 예전에 쓰던 맥북프로에서 자소서와 증명..
요즘은 별일없이 살고 있다. 내 미래는 여전히 물음표지만 '과거는 떠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난 그저 눈앞의 현재와 코앞의 미래만을 보고 살고 있다. 필요한만큼의 돈을 벌고, 어떤 날은 취직 안해도 되겠구나 싶은 정도의 돈을 벌고 뿌듯해 하다가도, 별 소득이 없는 날엔 어디엔가 숨어있던 불안감이 두더지처럼 고개를 들이민다. 맘에 드는 몇 개 회사에 자소서를 넣어볼 요량으로 채용 일정을 메모해 뒀지만 오늘 장을 복기하고, 내일 장을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훌쩍 넘는다.요즘의 일상은 이렇다. 3시에 장이 끝나고, 4시까지는 이것저것을 훑어보고 자전거를 타거나 낮잠을 잔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 자전거를 자주 탄다. 수익이 짭짤한 날에는 페달을 돌리는 발이 가볍다. 수익이 좋지 않은 날에는 별로..
생일이었다. 이런 걸 별로 챙기지 않아 별 감흥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니 대학교 후배가 전화를 했었다. 출근길에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거나 잘못 눌렀을게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진 않았다. 밤에 음악을 들으며 늘어져 있는데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화가 왔다. 대학교에 다닐때 같은과 교환학생이었던 일본인 친구다. 어쩐지 좀 쑥쓰러워 받지 않았다. 누나는 선물대신 돈을 보내주겠다는대 됐다고 했다. 카톡으로 오는 메시지도 어색하기만했다. 부모님께 키워주셔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리로 싶었으나 이것도 역시 쑥쓰러워 가슴에 담아뒀다. 하루종일 눈앞에 돌아가는 숫자들에만 집중을 했다. 생일 아니랄까봐 괜찮은 수익이 났다. 거래한 종목이 많아서 그랬는지 피곤해 꽤 긴 낮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