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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자
반년째. 본문
어느덧 출국한지 반년째가 되는 날이다. 6개월 전 난 타이페이의 어느 한 호스텔에서 푹푹 찌는 습도를 폐 깊숙히 느껴가며 어안이 벙벙하고, 슬프고, 설레고, 들뜬 오묘한 기분을 맛보며 샤워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화장지를 변기통에 넣지 말라던 호스텔 주인의 말을 떠올리며, 또 나에게 길을 잘못 가르쳐준 친절한,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래도 좀 영어는 뭐라도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돈이 떨어지면 접시라도 닦지 뭐, 라는 생각을 갖고 왔는데 영어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늘 기색은 보이지 않고, 아니나 다를까 말이 씨가 된다고, 그 씨는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워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동안 접시와 노란색 고무장갑은 나의 손을 떠나질 않고있다.
사실 엄살이다.
시집살이도 아닌데 귀머거리, 벙어리 신세를 지고 있던 내가, 나한테 소리를 질렀던 오너에게 그라믄 안돼, 라고 따지기도 하고, 나 이사 가야되니까 내일 일찍 집에가고 싶어, 일요일에 너가 나 도와준다그랬지? 우리 어디서 만나야돼? 라고 묻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장족의 발전이다. 미드를 보고있자면 이놈이 뭐라는지 어줍짢게 이해가 가는 걸 보면 그래도 외국인들 틈바구니 속에서 낑낑대며 뺑이친게 헛고생은 아니구나 싶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난 돈 받으며 개고생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신이나서 봉산탈춤이라도 한바탕 출 기세다.
중학교 3학년때 였던가. 힙합 음악을 엄청나게 찾아듣다 보니 결국엔 나도 음악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피아노 학원은 여자들만 가는거야! 라며 어머니의 제안을 그럴싸하게 거절했던 나의 되먹지 않은 보수성을 증오하며 애시드와 사운드포지를 다운만 받아놓고 까만건 글씨요 이건 버튼인데...라며 뻘짓의 생활화에 여념이 없던 내가, 이제는 그럴싸한 컨트롤러까지 갖게 되다니 역시 북미는 기회의 땅인 것인가. 이사를 핑계로 연습을 미뤄두고 있었지만 이사만 가봐 아주 조져불라니까.
삶은 참 뜨악스럽다더니 '달빛요정 만루홈런' 이진원 형님이 돌아가셨단다. 뇌출혈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은 들었었는데. 대학교 1학년 때인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자주 그 형님의 노래를 들었다. 현실적이라 더 슬픈 노래라니. 꾸밈과 가식없는 그 목소리가 참 좋았다. 오늘 따라 '절룩거리네'가 너무 슬프다. 항상 당신은 루저의 노래를 불렀지만 형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걸 보면 사실은 위너였네요. 누구보다도. 편히 쉬시길.
외국인 노동자가 된 지 반년째 되는 날이며 누군가의 기일이 되버린 11월 5일.